[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구본걸 LF 회장이 올해에만 100억원에 육박하는 회사주식을 사들였다. 계속되는 내수 침체에 매출 성장이 지연되며 하락 일로를 걷는 LF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구 회장의 대규모 배팅에도 주가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 23일부터 이날까지 총 6거래일에 걸쳐 8만9천주를 사들였다. 1주당 취득단가는 2만8천102원으로 약 25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앞서 구 회장은 7월 4~13일엔 14만6천주(40억원), 3월 12~19일엔 9만5천주(21억원)를 매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작년 말 19.13%였던 지분율은 현재 19.93%까지 올랐다.
구 회장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2016년 3월 이후 2년 만의 매입인 데다 매입액이 9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업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구 회장의 동생이자 LF의 4대 주주인 구본진 전 LF푸드 대표가 올해 3차례에 걸쳐 LF 주식을 되팔았음에도 구 회장은 주식을 사들여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다. 앞서 구 전 대표는 4월 19~25일 13만2천주, 5월 4~14일 11만주, 5월 24~25일 6만4천주 등 총 30만6천주를 매각했다. 이로 인해 구 전 대표의 지분율은 6.88%에서 5.84%로 줄어들었다.
구 회장이 현재까지 매입한 자사주가 33만주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구 전 대표가 판 지분을 구 회장이 다시 사들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구 회장이 주가 부양을 위해 주식을 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 회장의 자사주 매입 소식은 투자심리를 자극해 LF 주가 상승 재료로 활용돼왔기 때문이다.
구 회장이 2014년 3월 28일~4월 1일 18억원(16만주)어치의 주식을 산 후 2만6천원대였던 주가는 11월 19일 3만3천900원까지 올랐다. 구 회장이 23만주를 64억원에 매입한 2013년(7월29일~8월2일)엔 LF 주가가 2만8천원에서 3만3천700원으로 직진했다. 구 회장이 12만주(36억원)를 사들인 2011년에도 3만원이었던 주가는 8월19일 5만3천100원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이러한 구 회장의 특약 처방도 2016년부턴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당시 구 회장은 3월 16~21일 14만주를 약2만5천441에 사들였지만 2만6천원(3월10일)이었던 주가는 2만850원(7월25일)까지 떨어졌다. 올해 역시 구 회장의 적극적인 '사자'에도 주가는 박스권을 횡보하고 있다.
내수 침체에 패션산업이 정체되면서 LF의 실적도 지지부진한 것이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LF는 최근 몇 년간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고 온라인 유통망을 강화하는 등 수익성 강화 전략을 펴왔지만, 매출이 크게 늘지는 않았다. 지난해 LF 별도 매출액(1조3천892억원)은 전년 대비 0.68% 늘긴 했지만 2015년과 비교하면 2.84% 적은 수치다.
올 2분기 실적도 크게 늘지는 않을 전망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LF의 올 2분기 별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 3.8%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인수한 식자재 회사의 이익 추가로 올해까지 이익 개선 모멘텀은 유효할 것으로 보이나 매출 성장 모멘텀이 부족해 주가 상승 계기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LF 관계자는 "패션산업은 내수 영향을 직접 받는데, 국내 경기가 현실적으로 매출 증가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의 주머니 소득이 눈에 띌 정도로 개선되지 않는 한 패션 회사가 극적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영업이익이라도 제고하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LF는 전 거래일 대비 1.62%(450원) 떨어진 2만7천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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