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보편요금제로 촉발된 이통3사의 요금제 개편에 알뜰폰(MVNO) 사업자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7월 이동전화 번호이동자수 현황을 살펴보면 이통3사 모두 가입자 순증을 기록했으나 알뜰폰 가입자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1일 발표한 이동전화 번호이동자수 현황을 살펴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가입자 순증이 두드러졌다. 전체적으로 전년동기대비 번호이동건수는 확연하게 줄어들었으나, 그 안에서도 이통3사로의 쏠림 현상이 확연했다. 알뜰폰만이 늪에 빠졌다.
지난 7월 SK텔레콤은 16만7천775명의 가입자를 유치한 데 이어 15만9천152명이 빠져 나갔다. KT는 12만3천319명을 가져오고 12만576명을 내줬다. LG유플러스는 11만5천654명을 가져오고, 10만6천299명을 빼앗겼다. 전체적으로 SK텔레콤은 8천623명을, KT는 2천743명을, LG유플러스는 9천355명의 순증을 달성했다.
이와는 달리 알뜰폰은 이통3사 모두에게 가입자를 내줬다. 전월과 비교했을 때도 유치한 가입자폭이 줄었다. 지난 7월 4만3천944명의 가입자를 가져왔지만 6만4천665명을 잃었다. 전년동기 이통3사로부터 6만여명의 가입자를 가져온데 비해 약 3분의 1이 줄었다.
업계에서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지적이다. 보편요금제 도입 추진에 따른 알뜰폰 경쟁력 하락 등의 우려가 실제 시장에 투영됐다는 것. 알뜰폰은 전체 이통시장의 12%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적자폭이 매년 줄어들고는 있으나 수익성 확보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통신비 인하를 위해 정부 주도로 도입한 알뜰폰은 아이러니하게도 정부가 추진 중인 통신비 인하 정책에 발이 묶인 상황이다. 가입자 감소 추이를 지속적으로 살펴봐야겠으나, 이 기간이 길어진다면 정부도 질책을 피하기 어렵다.
이통3사는 정부의 통신비 인하 기조에 발맞춰 최근 요금제 개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월 LG유플러스가 속도용량 걱정없는 데이터 무제한 LTE 요금제를 내놓은데 이어 KT도 데이터온 등 보편요금제에 상응하는 저가형 모델과 무제한 모델을 도입했다. SK텔레콤도 지난 7월 가족 데이터 공유를 앞세운 'T플랜'으로 다소 복잡했던 요금제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이를 통해 LG유플러스는 높은 가입자 순증세를 이어갔다. KT도 신규 데이터요금제를 내놓은지 한달 만에 해당 가입자 50만명을 넘어섰다. SK텔레콤 역시 순항 중이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부터 시행된 선택약정할인폭 상승으로 번호이동 시장이 침체되면서, 알뜰폰의 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선택약정은 해당계약기간 동안 이통사를 바꾸지 않고 유지한다는 약속 하에 할인을 받는 구조다.
게다가 이통3사의 취약계층 요금 감면 등이 더해지면서 알뜰폰의 고유 경쟁력이 약화되기에 이르렀다. 알뜰폰의 본원적 요금 경쟁력인 망도매대가 산정 역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알뜰폰 활성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면이 많다"라며, "시장 자율경쟁을 통한 건강한 통신요금 체계 개편을 위해서라도 알뜰폰 지원책을 들여다봐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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