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카드업계의 순익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카드수수료 인하 기조와 소상공인 지원, 제로페이 육성 등 대외정책의 영향으로 업계 경색이 본격화됐다.
상반기 순익이 전에 없이 하락하면서 카드업계가 선심성 정책의 볼모로 전락했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카드수수료발 삼중고에 시달리면서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도 요원하다.
◆'수수료율 재산정·소상공인·제로페이' 카드수수료 삼중고에 순익 32%↓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비씨, 하나, 우리, 롯데 등 8개 전업계 카드사 순이익은 9천669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31.9%(4천524억원) 대폭 감소했다.
지난해의 일회성 이익과 그에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감소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카드업계 상반기 순이익은 총 1조4천192억원으로 대부분은 신한카드의 충당금 환입 기준 변경(2천760억원)과 비자 지분매각 수익(878억원) 등 일회성 이익에 기인했다.
2016년 상반기의 순이익은 1조497억원으로 올해 순이익과 비교하면 828억 높다. 업계 경색이 가시화된 시기와 비교해도 올해 순이익이 더 낮은 수치를 기록한 셈이다.
개별 카드사를 살펴보면 지난해 일회성 이익이 컸던 신한카드의 상반기 순익은 55.3%나 줄었다. 역시 일회성 요인이 있었던 현대카드가 40.8%, 하나카드가 31.3% 하락했다. 비씨카드가 23%, 롯데카드가 10.8%, 삼성카드가 9.0% 내렸다.
가맹점 수수료가 또 한 번 내려가면서 상반기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카드업계 순이익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3년간 연속 감소했다. 2014년 2조2천억원에서 2016년 1조8천132억원으로 떨어졌고, 2017년에는 1조2천268억원을 기록했다. 카드 이용 금액은 그 사이 늘었지만 수익은 낙폭을 그렸다.
문제는 앞으로도 카드수수료 인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우선 3년마다 찾아오는 신용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시기가 올해 말로 찾아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카드사의 부담을 소비자와 정부가 나눠 짊어져야 한다는 문제의식만 비쳤을 뿐 인하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여기에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합의한 소상공인 지원책도 카드사의 부담이다. 영세·중소 온라인 판매업자와 개인 택시운송업자의 카드수수료에 우대수수료를 적용해 온라인 판매업은 1.8~2.3%까지, 개인택시는 1.0%까지 하향 조정될 예정이다. 편의점 매출에서 담뱃세를 제할 경우 카드사 손해는 3천억원까지 올라간다.
◆카드업계 신규채용은 언감생심…작년만 못한 채용인원에 '디지털 쏠림'
악재를 예상한 카드사들은 2015년 말부터 조직 슬림화를 단행해 왔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와 하나카드, 롯데카드 등 카드업계가 인력감축에 동참했다. 비씨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 카드사 직원 수는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총 1만1천874명으로 전년 동기(1만2,106명) 대비 232명 줄었다.
‘일자리’가 경제계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카드업계 신규채용의 문은 더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업계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일부 사를 제외하고는 매년 소규모 채용을 이어왔다.
올해 하반기 채용 계획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업계 카드사 8곳 모두가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카드사가 한해 평균 30여명의 신규 인원만을 받을 예정이다. 상하반기를 나누면 하반기 채용 인원은 절반 수준이다.
그마저도 '문과' 출신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카드업계는 지난해부터 신규 산업 육성에 투입할 만한 디지털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디지털 인재에 한해서만은 블라인드 면접 등 파격적인 조건도 걸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있던 사람도 내보내는 마당에 신규 채용을 크게 늘리라는 말은 언감생심"이라며 "남아있는 인력 중에서도 디지털 등 IT강점이 흐릿한 부서와 직원은 살얼음판을 걷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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