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성지은 기자] 공인인증서 제도 폐지를 골자로 한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사실상 공공부문에서는 이를 계속 유지해 개정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9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성중 의원(자유한국당)은 정부가 내세운 ICT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공인인증서 폐지'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3월 12일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ICT 현장 리더 간담회'에서 "불필요한 인증절차를 과감히 없애고 공인인증서 제거를 적극 추진, 모든 인증서가 시장에서 차별 없이 경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취지를 담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14일자로 공인인증서 폐지를 골자로 한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부칙 제7조에는 '공인전자서명'을 '전자서명(서명자의 실지명의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으로 변경토록 했다. 실지명의란 주민등록상의 명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현재 실지명의를 확인한 전자서명은 공인인증서가 유일하다.
결국 부칙 제7조와 관련된 국세기본법, 주민등록법, 신용정보보호법 등 19개 법률에 대해서는 사실상 공인인증서를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주민등록번호를 확보한 은행이나 보험사의 경우 새로운 전자서명을 만들 수 있는 만큼 과거보다 다양한 인증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공기관에서는 보안상 실지명의를 기반으로 한 인증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는 판단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실지명의 기반의 인증방식은 해당 정보를 확보한 기업들과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인증보안 인터넷기업들, 중소 스타트업들을 차별하는 인증방식"이라며 "이는 전자서명법의 개정 취지에서 밝힌 '공인인증서의 시장독점이 전자서명수단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과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메신저 서비스 '위챗'은 세금납부를 비롯해 교육, 민사, 법원 등의 공공서비스를 시민에게 제공하는데, 우리나라는 실지명의를 요구하는 정부 규제 때문에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며 "정부 개정안에서 '실지명의' 요구 부분을 삭제해 본래 법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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