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교보생명이 60년 만에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하면서 교보생명의 명운에도 눈길이 쏠렸다. 신창재 회장은 IPO를 ‘제2의 창사’로 칭하며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생보사의 고질적인 저평가와 기업공개에 따른 경영 간섭이 걸림돌로 꼽힌다.
◆"IPO는 제2의 창사" 적극적 '사인' 보내는 신창재 회장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창재 회장은 지난주 11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IPO는 '이해관계자 경영'을 선도하는 금융회사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교보생명 IPO는 제2의 창사와 같다"고 강조했다.
기업가치 확대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신창재 회장은 "혁신을 통한 성장으로 올해엔 질과 양에서 반등의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하반기 상장이 목표다.
교보생명의 IPO는 IFRS17의 선제적 대응 방안이다. 2022년 시행하는 IFRS17은 보험의 부채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바꾼다. 이에 따라 보험부채의 측정과 수익, 비용 인식기준이 변경돼 재무제표 구성항목에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보험부채가 급증하며 지급여력(RBC)비율이 하락해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수다.
교보생명이 IFRS17과 K-ICS에 준비하려면 2~5조원 가량의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 교보생명이 독자적으로 이 정도의 자본을 해소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계산에 따라 IPO를 결정했다. IPO가 성공리에 치러지면 교보생명의 시가총액은 7조원을 넘긴다. 재무건전성도 최상위권을 유지할 전망이다.
교보생명은 매년 약5천억원을 내부유보로 적립해 왔고, 지난해 7월 5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IPO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시기를 조율해 왔다. IPO를 치르려면 지정감사인감사, 상장 예비심사, 증권신고서 제출과 공모 등의 여러 절차가 남았다.
IPO주관사는 1월 선정된 미래에셋대우, 씨티글로벌마켓증권, JP모건과 지난해 8월 손을 잡은 크레디트스위스, NH투자증권 등 다섯 곳이다. 해외 투자자 자금 유치와 IPO흥행을 염두에 두고 외국계 비중을 넓혔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IPO, 저평가·경영 간섭 '걸림돌'
교보생명이 상장사 반열에 오르면 동양생명, 한화생명, 삼성생명, 미래에셋생명, 오렌지라이프에 이어 여섯 번째 상장 생보사가 된다.
IPO의 선배로는 오렌지라이프가 꼽힌다. 오렌지라이프는 기업공개로 결과적으로 이득을 봤다. 교보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IPO 목표점이 달라 교보생명 IPO의 전망을 점치기는 쉽지 않다. 오렌지라이프는 인수합병의 전철을 닦는 한편 기업가치 성장에 역점을 뒀다. 교보생명은 경영진은 그대로 유지하되 IFRS17에 맞춘 자본확충이 최우선 가치다.
다만 고질적인 생명보험사 저평가의 바로미터는 될 수 있다. 오렌지라이프의 공모가는 3만3천원이었지만 13일 기준 종가는 2만7천200원이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공모가 역시 각각 11만원, 8천200원이었지만 전일 종가가 8만2천600원, 4천215원이다. 시장이 생보사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다는 점도 있지만, 부채와 자본을 같은 기준에서 평가하지 않는 회계상의 문제도 남아 저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오는 2022년에야 부채와 자본을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이 도입된다.
경영 간섭도 걸림돌이다. 기업을 공개하면 필연적으로 주기적인 공시와 경영 간섭에 시달려야 한다. 교보생명의 회장이면서 정체성인 신창재 회장도 이 부분에서 상장을 3년간 망설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가 많아지면서 신창재 회장의 지분도 9%포인트(p) 안팎으로 희석된다.
파고 해결의 열쇠는 신창재 회장의 적극성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외국계 주주들의 경영 간섭 등에서 비우호적인 성향을 보여왔다"면서도 "신창재 회장이 IPO를 마음 먹은 뒤부터는 적극적인 행보를 드러내고 있어 경영간섭에 대한 우려보다 상장 필요성을 더 체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허인혜 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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