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현대자동차와 광주시가 난항을 거듭했던 '광주형 일자리' 출범에 대한 합의점을 만들어냈다. 논의가 본격 시작된 지 약 9개월 만의 쾌거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여전히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광주시가 도출한 광주형 일자리 잠정 합의안이 노사민정협의회 심의를 거쳐 최종 통과했다. 양측은 이날 오후 광주시청에서 협약식을 진행하고 광주형 일자리 시행을 위한 준비에 착수할 예정이다.
양측은 앞서 지난해 12월 초 광주형 일자리 관련 협정 체결 조인식을 열기로 했다. 그러나 현대차가 돌연 노사민정협의회를 거쳐 광주시가 제안한 내용이 투자 타당성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이라며 제동을 걸면서 결국 물거품이 됐다.
당시 가장 문제가 됐던 지점은 '임금단체협상 5년 유예'였다. 현대차는 광주형 일자리에 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누적 생산 35만대 달성까지는 단체협약을 유예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노동계가 반발했고 광주시도 그들의 목소리에 따라 수차례 수정안을 제시했다.
이번에 합의한 노사상생발전협정서 수정안에는 기존대로 임단협 5년 유예 관련 조항이 그대로 담겼지만, 제반 법령을 준수한다는 부속 조항을 추가함으로써 관련 조항이 노동법을 준수한다는 것을 명시하면서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기업이 낮은 임금으로 근로자를 고용하는 대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복리후생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부족한 임금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지역의 일자리 확충하는 취지에서 추진된 사업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5월 광주 빛그린산단 내 62만8천㎡ 용지에 자기자본 2천800억원, 차입금 4천200억원 등 총 7천억원으로 설립할 합작법인 투자 참여의향서를 제출하면서 논의가 본격화했다. 1천cc 미만 경형 SUV를 10만대 규모로 2021년부터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광주시가 자본금의 21%인 590억원을 출자해 최대주주, 향후 1천680억원 규모의 60% 지분은 광주시가 지역사회, 산업계, 공공기관, 재무적투자자 등을 유치키로 했다. 현대차는 19%인 약 530억원을 출자, 경영권 없는 비지배 투자자로 참여할 계획이다.
광주형 일자리의 직원들은 주 44시간을 근무하는 조건으로 연봉 3천500만원을 받게 된다. 이를 통해 정규직 1천여명을 포함 간접고용까지 총 1만2천여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진통 끝에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지만, 다른 이해당사자인 현대차 노조는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반값 임금'의 광주형 일자리로 임금의 하향평준화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번에는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며 강력한 저지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앞서 지난해 조인식 체결을 앞둔 당시 "최악의 경영위기에 광주형 일자리에 관심을 둘 때가 아니다"라며 "세계 자동차 산업이 급변하는 전환기에 광주에 경차 10만대를 투자하겠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판했다.
이번에는 앞선 때보다 더 강도 높게 비판하는 동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는 정경유착이자 노동적폐"라며 협약식이 열릴 광주시청에서 항의집회를 진행하는 동시 600여명의 노조 간부는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노조의 이 같은 입장에도 광주형 일자리 시행에는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고는 있지만, 광주형 일자리 시행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상연 기자 hhch11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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