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도민선 기자] SK텔레콤이 정부에 신청한 첫 5세대통신(5G) 요금제(이용약관)가 반려됐다. 제출된 요금제가 고가요금구간에만 집중, 중·저가 요금구간 혜택이 부족해 이용자 선택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5G 요금인하 요구가 거세지면서 일각에서는 3만원대 5G 요금제 출시를 정부가 유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른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5G 요금제 출시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 이 탓에 5G 요금제를 둘러싸고 이른바 제2 보편요금제 논란이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다만 5G는 신규 서비스인데다 초기에는 커버리지 등을 이유로 기존 LTE와 함께 사용할 수 밖에 없다. 또 이미 보편요금제 수준의 LTE 데이터 요금제가 나와있는 상황에서 새로 도입되는 5G에 이용자 선택권 강화를 이유로 한 보편적 수준의 요금제 출시를 강제할 수 있을 지 논란도 예상된다.
실제로 정부가 특정 요금수준을 지정, 출시를 강제하는 보편요금제 도입 법안은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 논란 속 아직도 국회에 계류중이다.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 개최 결과 SK텔레콤의 5G 요금제 반려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각계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된 자문위가 이용약관인가 심사기준에 따라 요금 적정성, 이용자 이익 저해 및 부당한 차별 여부 등을 집중 검토해 내린 조치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자문위는 SK텔레콤이 신청한 5G 요금제가 대용량 고가 구간만으로 구성돼 있어, 대다수 중·소량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우려가 커 보완할 것을 권고, 이를 반려키로 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 5G 요금제는 수정 등을 통해 재 심의를 받게 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3만원대 보편적 수준의 5G 요금제 신청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위와 정부의 이같은 판단은 최근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정부의 인가제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5G 서비스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요금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정부는 앞서도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이유로 2만원대 데이터 보편요금제 출시를 법으로 강제하는 '보편요금제' 입법화에 나선 상태. 5G 요금제를 놓고 이용자 선택권이 문제가 된 만큼 자칫 하면 신규서비스를 둘러싼 제2 보편요금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보편요금제 논란 속 5G에도 불똥? …신규 서비스 보편성 논란도
5G 상용화 원년인 올해 역시 과기정통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의지는 분명한 상태다. 국회 등에 따르면 과기정통부의 올해 업무계획에는 보편요금제 도입이 주요 과제로 포함돼 있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대 요금에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것으로, 현재 국회에 이의 출시를 강제하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더욱이 보편요금제 도입 법안에는 대상 서비스로 LTE나 5G 등 특정 통신서비스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보편요금제 도입을 확대할 경우 향후 5G 역시 대상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이에 앞서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5G 요금제 인가 절차를 통해 저가 요금제 출시를 유도하고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SK텔레콤의 요금 수준에 따라 KT나 LG유플러스도 비슷한 형태의 요금제를 출시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보편요금제 논란을 통해 이통 3사가 2만원대 유사 보편요금제를 내놓은 것 처럼 5G 역시 요금 인가 과정을 통해 업계 중심의 요금 인하 경쟁을 촉발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
그러나 5G가 신규 서비스이고 시장 초기인 만큼 이용자 층이 한정돼 있다는 게 이통업계 고민이다.
실제로 업계는 5G 서비스의 주요 타깃층으로 가상현실(VR) 등 데이터를 대용량으로 사용하는 이용자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전국망 확대 등을 통해 서비스 및 이용자도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SK텔레콤이 이번 5G 요금제 인가 신청에 대용량 고가 구간을 중심으로 요금제를 준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
반면 정부는 벌써부터 5G 고가 요금 논란이 일면서 보편적 수준의 서비스가 되도록 요금수준이 낮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5G 서비스 초기에는 헤비 유저 중심으로 시장이 이뤄지고, 대중화 단계에 따라 활용 계층이 확대, 이에 따라 요금제 등도 다양해질 것"이라며, "5G 데이터 사용 패턴과 이용자 혜택 확대에 중점을 두고 요금제를 구상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한 5G에 이 같은 '보편성'을 요구하는 것 역시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LTE에서 보편요금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논리에는 전 국민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를 누구나 이용하도록 1GB 정도는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이 같은 보편적서비스는 5G가 아니라 LTE로도 사용할 수 있어 5G에서 저가요금제를 내놔야 할 필요성은 적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이용약관심사 후 반려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반려 사실을 공개한 적은 없었다"며, "요금인하 압박의 일환이 아닌가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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