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LG유플러스가 CJ헬로 지분 인수 관련 정부에 인가 신청서를 접수했다. 빠르면 5월께 결과가 나올 전망이지만, 변수에 따라 상반기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방송통신 시장의 인수합병(M&A)이 글로벌 추세가 되는 등 최근의 시장상황으로 감독 당국의 시그널은 일단 긍정적이다. 앞서 7개월 이상 시간을 끌며 결국 무산됐던 전례와 달리 이번에는 기한에 앞서 빠른 결론이 내려질 지 주목된다.
SK텔레콤의 티브로드 인수 등 다른 인수합병(M&A) 심사를 앞둔 업계도 이번 정부 심사가 향후 유사 사례 정부 심사의 방향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를 위한 신고 서류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도 최다액 출자자 변경승인과 최대주주 변경인가, 공익성 심사 신청서류를 각각 제출했다.
제출 서류는 전기통신사업법, 방송법,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에 따라 현황자료를 비롯한 경영계획, 주식 취득 후의 사업 계획, 감사보고 등이 포함됐다. 이번 M&A 공은 이제 정부로 넘어간 셈이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를 위해 정부의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라는 최종 관문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 전문가는 "지난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 인수는 공정위가 이를 불허해 무산된 바 있지만 현재는 확실히 시장이 바뀐것은 사실"이라며, "당시만해도 대다수가 이를 반대했으나 현재는 M&A에 대한 각 이해관계자의 니즈가 있고, 또 정부도 그 때와는 다른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별 다른 변수가 없다면 순항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M&A 첫 관문, 공정위 빠른 심사 기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지분 인수에 대한 정부 인허가의 첫 관문은 역시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될 전망이다. 공정위가 사전심사를 통해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과기정통부나 방통위 인가 및 사전 동의 절차는 무용지물이 된다.
현재로선 김상조 위원장이 과거 전례를 언급, M&A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표명한 상태여서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공정위는 "이번 LG유플러스 CJ헬로 인수가 방송 및 통신 산업 분야에 미칠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 공정거래법령 규정에 따라 면밀히 심사할 계획"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는 독점규제법 제7조에 따라 경쟁제한성 평가와 완화 요인 등에 따른 사전 심사를 진행한 뒤 검토 의견을 과기정통부에 전달하게 된다.
SK텔레콤은 지난 2016년 CJ헬로 인수합병 때 공정위 사전 심사를 넘지 못해 결국 고배를 마셨다. 당시 공정위는 M&A에 따른 경쟁제한성 평가를 하면서 대상 시장을 권역(지역)별로 획정, 합병 법인의 시장 지배력이 심화될 것으로 판단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에서 주요 판단자료로 활용됐던 방통위의 경쟁상황평가가 권역과 함께 전국 단위 분석이 포함된 것. 방통위는 최근 '2019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기존 지역단위 시장 획정뿐 아니라 전국단위 시장 분석까지 추가했다.
또 이번 평가에서 유료방송 시장에 대해 사업자의 지역별 편차와 영향이 점점 줄고 있고, 전국적으로 비슷하게 바뀌고 있어 경쟁제한성이 완화된 것으로 분석했다. 전국으로 평가 대상을 확대하면서 이에 따른 특정 사업자에 대한 경쟁제한성 우려 역시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낟.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도 올 초 지난 2016년 사례를 언급하며, 그 때와 달리 유료방송 시장 획정을 케이블TV 권역기준이 아닌 전국 기준을 고려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해 전향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과거 불허한 내용을 번복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기대와 달리 까다로운 심사가 진행될 가능성 역시 완전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기업결합 심사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 필요한 경우 90일 범위 내에서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여기에 자료 보정에 소요되는 기간 등은 제외 되는 상황 등을 감안할 때 당초 기한인 120일을 넘겨 심사가 끝날 수 도 있다.
◆과기정통부, 경쟁제한성-공익성 중점 심사
과기정통부는 방송법에 따라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과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최대주주 변경인가 및 공익성 심사를 진행한다.
이번 인수와 관련해 과기정통부는 크게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 및 공익성의 실현 가능성과 시청자 권익보호, 사회적 신용 및 재정능력, 경쟁 제한성 여부 등을 심사하게 된다. 법적으로 명시돼 있는 기준은 아니지만 과거 준비한 전력이 있어 발 빠른 심사가 예상된다.
과기정통부가 지난 7일 업무보고를 통해 유료방송 M&A 제도 정비에 나서겠다고 했으나, 방송법과 IPTV법 개정이 추진돼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큰 영향을 없을 전망이다. 대략 법적인 심사기준을 마련하겠다는게 골자다.
방송법 관련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은 60일 이내, 최대 30일 연장가능하다. 전기통신사업법 관련 최대주주 변경인가는 60일 이내, 공익성 심사는 3개월 이내 처리돼야 한다.
방통위는 이번 심사 주체는 아니지만 M&A와 관련해서는 역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신 공공성과 지역성이 담보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효성 방통위 위원장은 지난 7일 올해 업무계회 보고에서도 "방송통신시장 내 건전한 경쟁을 위한 사업자간 M&A 논의가 이뤄질 경우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대신 공공성, 지역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심사하고, 콘텐츠 투자 촉진을 유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 LG유플러스 "긍정적 평가 기대"…경쟁사도 '촉각'
LG유플러스는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박경중 LG유플러스 사업협력담당은 과기정통부에 인가를 신청 한 자리에서 "(3년전과 시장상황이 달라진 점에 대해) 그런 부분까지 염두하고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M&A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기는 등 시장 상황이 바뀌고 있어 긍정적 판단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유료방송 시장에서 SK계열을 누르고 2위로 올라설 수 있다. 업계 1위인 KT계열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최근 정기주총에서 "케이블TV 사업자 CJ헬로 인수를 통해 확대된 고객기반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업그레이드 된 미디어 경쟁력으로 5G에서도 우위를 점하겠다"고 선언했다.
유사 M&A에 나섰거나 가능성을 열어둔 경쟁업체도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M&A 인허가 심사의 방향타 역할을 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과거 M&A가 무산됐던 SK텔레콤은 이번에 케이블TV사업자인 티브로드와 M&A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상태. 다만 국내외 재무적투자자 유치, 구체적 거래조건 협의에 따른 본계약까지 절차들이 산적해 있어 인가 신청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LG유플러스 M&A에 대한 정부 심사 등의 직간접적 영향권에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번 심사를 예의주시하는 눈치다.
KT는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점유율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이어지면서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 오는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2소위에서 재도입 여부가 가려지게 된다. 결과에 따라 KT도 M&A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딜라이브가 유력시 된다. 이번 심사 결과도 향후 추가 M&A 등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