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하이트진로가 3년 5개월 만에 소주 출고가격을 6.45% 인상한다. 지방 소주의 부진과 함께 점유율이 확대돼 매출과 영업익이 올랐음에도 맥주사업 부진으로 소주에서 수익 보전을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트진로는 다음달 1일부터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의 공장 출고가격을 병(360㎖)당 1천15.70원에서 65.5원 오른 1천81.2원으로 변경한다고 24일 밝혔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6년 1월 원부자재 가격 인상과 제조·판매비용 증가 등 원가 상승 요인을 이유로 소주 출고 가격을 5.62% 인상한 바 있다. 하이트진로는 2012년부터 3년 주기로 소주 가격을 인상해 오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2015년 11월 가격인상 이후 원부자재 가격, 제조경비 등 원가 상승요인이 발생했다"며 "3년 여 간 누적된 인상요인이 10% 이상 발생했으나, 원가절감 노력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인상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이트진로는 최근 무학, 보해양조, 한라산 등 지방 소주들의 부진으로 점유율이 계속 오르며 소주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확대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소주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6.9% 늘어난 1조644억3천700만 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3% 늘어난 1천179억4천600만 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주 값 인상이 3년 정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원가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하이트진로가 소주 도수를 낮춰 원가 부담을 소폭 줄인 상태에서 가격 인상까지 감행할 줄은 몰랐다"며 "소주는 잘 나가지만 맥주 사업이 부진해 회사 전반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는 만큼, 이를 소주로 보전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이트진로는 '하이트'의 부진으로 맥주부문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맥주부문 매출은 7천459억8천만 원으로 전년 대비 3.6% 하락했고, 영업손실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속 적자를 기록해 전체 매출에 타격을 줬다. 영업손실액은 2014년 225억1천700만 원, 2015년 39억9천600만 원, 2016년 216억9천700만 원, 2017년 289억2천만 원, 지난해 203억5천만 원으로, 5년간 누적 적자액은 1천억 원에 달한다.
또 업계는 하이트진로가 주세법 개정을 앞두고 미리 소주 가격을 올려 소비자 반감을 줄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주세법이 개정되면 소주의 경우 제조원가가 낮아 출고가 기준 종가세에서 알코올 1ℓ(리터)당 비율로 세금이 부과되는 종량세로 전환할 경우 세금이 더 오를 수 있다. 20도 소주를 기준으로 약 10% 세금이 추가될 것으로 업계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세법이 개정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변경되면 이를 이유로 소주 가격을 인상하는 데 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미리 가격을 올린 부분도 있는 것 같다"며 "주세법 개정에 따른 가격 인상 시 소비자 반감도 클 것이라고 미리 예측해 오비맥주가 '카스' 가격을 올린 것처럼 선제 대응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소주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가격을 올린 만큼, 조만간 롯데주류 '처음처럼', 무학 '좋은데이', 보해양조 '잎새주' 등 경쟁사들도 가격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1등 업체가 가격을 인상하면 후발 주자들도 뒤따르는 게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그러나 각 업체들은 아직까지 인상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오랫동안 가격을 올리지 않았고, 원가 상승에 따른 소주 가격 인상 요인이 있는 만큼 고려는 해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아직까지 검토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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