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황금빛 기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 추진 시 '일괄매각(통매각) 방식'을 요청했고 산업은행이 이를 수용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삼구 전 회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지난달 15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의 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시 자회사도 함께 파는 이른바 통매각 방식을 요청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에 대해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박삼구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M&A에 대해 통매각 방식을 요청했고, 이동걸 회장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개발(100%),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에어서울(100%), 에어부산(44.2%)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박삼구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시 이들 회사도 함께 팔 것을 먼저 요청했다는 것이다.
당시 면담 직후 아시아나항공은 수정 자구계획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여기에는 M&A 방식 중 인수자의 요청이 없을 경우 자회사를 별도로 매각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다.
금호산업은 양측의 만남 직후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의했다. 최초 자구안을 반려했던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을 약속하는 조건으로 ▲영구채 5천억원 ▲크레딧라인 8천억원 ▲보증한도 3천억원 등 모두 1조6천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산업은행에서는 박삼구 전 회장 측에서 통매각을 요청했다는 사실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방침 중 일괄매각이 있긴 했지만, 박삼구 전 회장이 요청한 사항인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삼구 전 회장이 통매각을 원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매각 시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33.47%)에 조금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박삼구 전 회장이 통매각을 요청했다면 분리매각 할 경우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에 대한 가치가 떨어지게 돼 매각 시 받을 수 있는 돈이 적어질 수 있다는 것을 감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박삼구 전 회장이 과거 수차례의 M&A를 단행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의 잔례에 비추어 봤을 때 향후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일체를 되사오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박삼구 전 회장은 과거 대우건설, CJ대한통운, 금호산업, 금호고속 등 다수의 M&A 전력이 있다"며 "그런만큼 도광양회(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하고 있다가 나중에 통으로 되사들이기 위해 일괄매각을 요청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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