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국내 배터리업계가 중국에 조단위의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보조금 차별을 당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중국 배터리업계는 우리나라의 보조금을 쓸어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의 보조금 차별에 맞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업화신식부는 최근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 발표에서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을 포함하지 않았다. 지난달 LG화학 배터리의 둥펑르노 전기차 4종과 삼성SDI 배터리의 충칭진캉 전기차 1종이 형식승인 대상에 포함되면서 기대감이 컸으나,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16년부터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조치로 한국산 배터리 자동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해왔다. 업계에서는 1천만원 안팎에 이르는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경우 현지에서 가격경쟁력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중국 배터리업계는 중국 정부의 배터리 차별 등 보호정책에 힘입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업체는 올해 1분기 전기차(EV, PHEV, HEV) 탑재 배터리 사용량 탑(Top)10에 1위를 기록한 CATL을 포함해 BYD, ASEC, PEVE, Guoxuan, Farasis 등 총 6개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 6개 기업의 올해 시장점유율 총합은 49.5%를 기록하며 세계 배터리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면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주요 배터리업계의 시장점유율은 15.5%에 불과했다. 중국 배터리업계의 평균성장률 역시 141.2%로 우리나라(129.1%)보다 빠르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중국 배터리업계가 우리나라에서도 보조금을 사실상 싹쓸이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차별에 대책을 내놓아야 할 정부가 오히려 중국 배터리업계에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국내 배터리업계의 경쟁력을 깎아먹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실제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전기버스 판매 보조금 중 40.4%가 중국 업체에 지급됐다. 중국업체 비야디와 한신자동차, 하이거 등이 보조금 혜택을 받았다. 전체 전기버스 판매량에서 중국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43%에 달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한국 정부는 국내산과 수입차에 똑같이 전기차 보조금을 주고 있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며 "중국은 중국 내 생산된 차량에 한하여, 중국산 배터리를 쓰는 경우에만 보조금을 주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국내 배터리업계는 한국과 중국 정부의 눈치에 속앓이하는 모양새다. 익명의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업계는 3년간 보조금을 단 한푼도 받지 못하고 있을 때 정부는 사실상 대책을 마련하지도 못했다"며 "중국의 차별에 맞춰 우리나라도 비공식적이라도 대응을 해야 하는데 전혀 움직임이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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