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금은 금리인하로 대응할 상황이 아니"라며 금리 변동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조동철 금융통회위원의 0.25%포인트(p) 인하 소수의견에는 "소수의견은 말 그대로 소수의견"이라며 "총재로서 전달하는 것은 금통위 다수의 견해로 (소수의견을) 금통위의 시그널이라고 보는 건 무리"라고 봤다.
한은 금통위는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올해 네 번째 정례회의를 열고 통화정책방향을 논의한 끝에 기준금리를 현행 연 1.75%로 유지하기로 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지난 금통위에서 하반기 경기개선 전망의 목표로 반도체 경기와 하반기 물가반등을 꼽았는데.
▲국내 경제는 1분기 부진을 털어내고 있다. 하반기로 가면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의 주된 원인이었던 재정정책이 확장적으로 운영되고 수출과 투자의 부진이 완화되면서 상반기에 비해서는 성장이 나아질 것으로 본다.
물론 수출은 아직 부진하다. 물량만을 보면 반도체의 경우 수출물량 증가폭이 확대되는 움직임도 포착했다. 미중 무역분재 등 4월 전망에 비해 우려되는 상황도 있다. 당초에는 낙관했던 분쟁이 5월 들어 다시 악화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전망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다고 본다. 1개월 내의 변동 여부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하겠다.
-금리인하와 환율의 상관관계가 있나.
▲환율은 금리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게 아니다. 글로벌 리스크, 대표적으로 미중 무역분쟁의 전개양상 등 국제적인 위험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또 대외건전성이 어느 수준이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또 외환시장에는 수많은 참가자들이 있다. 투자의 목적, 시기 면에서 상당히 다양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투자자들이 참가하면서 이들의 환율기대가 종합적으로 반영돼 나타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시장에서 지금 금리인하와 관련된 기대를 갖고 원달러 환율 예단하는 건 적절치 않다.
-시장에서는 금리인하 기대감도 표출되고 있다.
▲1분기 성장이 악화되고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그에 따른 우려로 형성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을 종합적으로 놓고 운영하게 되는데, 종합적으로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지 않나 보고 있다.
종전 입장에 변화가 없다. 모두발언에서 말했듯 1분기 성장은 부진했지만 앞으로는 수출과 투자의 부진의 정도가 완화될 것으로 보고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에 힘입어서 성장 흐름은 회복될 것으로 본다.
낮은 물가 오름세는 공급 요인이 크기 때문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반기부터 높아질 것이다. 디플레이션 우려는 과도하다고 본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금융안정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줄었는데.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물론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안정 상황은 아주 단기간에 해소되지는 않는다. 금융안정 상황을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가 가계부채인데 어떤 지표와 대비해서 보더라도 상당히 과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가계부채와 GDP, 가처분 소득에 견줘보면 높다. 금융안정은 우리가 유의 깊게 살펴야 하는 문제로 본다. 어디에 중점을 두기 보다 거시경제의 흐름, 금리안정 상황을 균형 있게 고려하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
-4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 언급됐는데.
▲경상수지를 살펴보면 월별, 계절성을 띈다. 4월 배당금 지급이나 관광시즌 등 월별로 보면 경상수지의 기복이 꽤 심하다. 작년 4월에는 흑자폭이 14억 달러에 불과했다. 월별 격차가 커 월별 경상수지의 흐름은 크게 중시하지 않는다. 4월에 설령 특유 요인으로 흐름이 바뀐다 하더라도 흑자 기조가 바뀌는 건 아니라고 본다. 연간 지표에 주목해달라.
-달러 선호기조가 분명해지고 있다.
▲외환스왑 시장에서 스왑레이트가 하락하면서 수요 우위가 강해졌다고 본다. 주로 3,4월 중에 거주자 외화 예금이 감소하면서 일부 은행에서 이를 보충하기 위한 달러 수요가 늘었고 보험사를 비롯한 국내 기관 투자자의 해외 투자가 확대된 것도 원인이다. 스왑레이트 하락은 과거 폭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소폭 반등하기도 했다.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소수의견 등장이 금리인하의 시그널인가. 아니면 개인의 소신인가.
▲한 분의 소수의견이 나왔다. 소수의견은 말 그대로 소수의견이다. 제가 기자간담회에서 여러분에게 말하는 건 금통위 다수의 견해다. 금통위 시그널이라고 보는 건 무리다. 과거 소수의견이 있고 늘면서 실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 현재 다수의 금통위원들은 세 가지 이유를 내세워서 기준금리를 결정하게 됐다.
-금리인상이 가계부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해석도 있다.
▲가계부채 둔화에는 많은 정책의 효과가 녹아 있다. 기준금리, 정부의 강력한 대출억제 정책이 나타난 결과다. 금리 인상이, 금리가 가계부채나 금융안정에 영향을 안 준다고 볼 순 없다.
-미국 상무부가 통화무역의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했고 재무부에서는 환율대상 관찰 요건을 바꿨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미중 무역전쟁의 불확실성 여파는 어떤가.
▲상무부의 발표는 심플하게 나왔다. 구체적인 영향을 줄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지를 알려면 계획의 구체적인 점이나 구체적인 발언이 있어야 그에 따른 영향을 분석할 수 있는데 그런 영향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말하기 어렵다.
이번 환율보고서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검토 교역상대국을 확대하는 것과 대상 평가기준 변경이다. 변경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더라도 우리나라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요건이 바뀌기 전과 후에는 변화가 없다.
대미 무역흑자, GDP대비 경상흑자 기준, 외환시장 개입 기한 단축 세 가지 중 외환시장 개입은 해당이 없다. 환율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3월부터 발표한 외환시장 개입 조치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관찰국에서 한국이 제외된다고 언급한 건 긍정적이다.
미중무역 분쟁은 4월까지만 해도 5월 초까지만 해도 큰 틀에서 합의가 돼서 타결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였다. 빠르면 6월이라는 진단이 우세했는데 미중이 서로 관세 인상을 발표하는 5월 초부터 갈등이 고조되면서 장기화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관세 문제에 그치지 않고 특정 기업에 대한 제재나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가능성을 시사했다거나 상호 정비되는 걸 보면 그야말로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고 있다.
해외 전문가 그룹의 전망을 보면 낙관했던, 낙관 비중이 점차 줄고 있는 건 사실이다. 세 가지 시나리오의 확률은 종전에 비해서는 장기화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 OECD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 낮췄는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일부 기관에서 의견이 나온 걸로 안다. OECD 보고서를 보니까 표현이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창출을 저해했다고 기술돼 있다. 경제주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임금이 오르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론은 자명하다. 반면 만약 기업이 이를 감내할 수 있다면 영향은 제한적이다.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위해 재정지출 확대 기조를 보인 것처럼 통화정책도 그래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다.
▲물론 거시정책이 서로 엇박이 나면 서로의 정책 효과가 반감이 되고 국민경제에 바람직하진 않다. 엇박자가 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혼돈스러운 시그널을 주는 셈이니까. 같은 시기에 같이 나간다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예컨대 정부가 확정적 운영하고 있고 통화 정책을 기준금리로 적용하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실물경제 영향을 주는 상황으로 엇박자는 아니고 조화를 못 이루는 것도 아니다.
거시정책 당국인 정부와 한국은행은 정부의 인식에 대한 간극을 줄이고 정보를 공유함으로서 양 기관의 정책이 무인 경제에 바람직한 순기능을 오도록 하는 건 필요하다고 보고 그 점에 대해서는 생각을 달리하고 있지 않다.
-최근 한은 내에서 근로기준법 해소 관련해서는 탄력근무제를 노사 합의 사항으로 보는지.
▲근로기준 52시간 관련해 노사간 협의를 통해 시행안 만들고자 한다. 일방적으로 만들고 추진하는 건 생각할 수 없고 한은이 근로기준법을 어기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충돌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노조가 왜 이견이 없겠나. 하지만 큰 방향을 흔드는 이견은 아니다. 충돌을 보인다는 표현은 사실이 아니다.
-인하할 때가 아니라고 했는데 시장은 소수의견에 집중하는 것 같다. 10년물 금리까지 4.1bp정도 떨어졌는데, 장기채금리 마저 기준금리와 역전된 게 시장이 앞서나가는 것인가.
▲소수의견도 나와서 시장 반응은 모르겠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확대되고 했는데 금리 정책에 대한 하나의 예상도 반영이 됐다. 외국인 채권자도 많이 들어와서 수요가 많아진 점이라던가 수급 요인도 많이 작용했다. 시장의 판단이다. 시장 참가자들이 판단하는 거기 때문에 옳다 그르다 판단하는 건 아니고 시장에서는 소위 국내 경기 흐름, 세계 경기 흐름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는 인식을 읽을 수 있다.
-가계부채가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한은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나.
▲어떤 기준으로 봐도 우리의 가계부채는 과다하다. 다른나라처럼 디레버리징이 있다면 빨리 해소될 수 있다. 하지만 디레버리징은 경기에 충격을 줘 반드시 바람직하지도 않다. 가계부채 해결은 단기가 아닌 장기 시계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증가 속도가 적어도 소득 증가를 우선으로, 경제 주체 가계들이 소득 범위 안에서 소득을 늘려 나가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통계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 수축국면이라고 판단했는데. 금리 인상시기와 맞물리지 않나.
▲사실상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경기국면에 따라 사이클과 같은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하는 건 찾기 어려울 것이다. 상당히 테크니컬한 분석이 된다. 몇 개 지표를 놓고 하는데 통화정책은 몇 개 지표를 보고 하는 게 아니다. 물가 금융안정 상황을 다 고려해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기술적 분석에 의한 경기 부양 판정과 통화정책이 일치한다는 건 옳지 않다. 전체 흐름은 같을지 몰라도 국면은, 기술적 요인이 작용하는 데 경기 국면과 금융안정과 거시경제 전체를 아우르는 것을 판단하는 통화정책과 매칭은 적절치 않다.
허인혜 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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