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한국은행마저 금리인하의 여지를 열면서 하반기 금리 조정 시그널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은의 견고한 입장에 균열이 간 이유로 대내외적 환경이 모두 꼽힌다. 미중 무역협상이 거대 변수로 떠오른 데다 글로벌 금리인하 기조도 확산되는 중이다. 국내 경제지표도 미적지근한 흐름을 보이면서 경기부양의 해결책으로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전날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를 통해 금리인하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고 했다.
올해 상반기 네 차례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에 명확한 선을 그어왔던 한은의 입장이 돌아선 셈이다. 상황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에는 향후 경기흐름에 따라 금리인하도 할 수 있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한은이 금통위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꾸준히 언급했던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근거로 나왔다.
이 총재는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 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세계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반도체 경기의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소지도 있다"고 진단했다.
5월 말 열린 직전 금통위만 해도 한은은 하반기 반도체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입장과 함께 금리를 동결했었다. 이번 기념사에서 이 총재는 반도체 경기의 회복 지연,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대외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며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가 외부 수출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특정 산업 중심의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로선 이같은 불확실성 요인이 어떻게 전개되는 지에 따라 성장이 영향받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맺음말은 금리인하의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그는 "당장의 어려움 때문에 변화하지 않는다면 훗날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절박한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라고 기념사를 맺었다.
◆국내외 인하 신호음에 '사면압박'…시장 전문가, 하반기 인하에 ‘방점’
이 총재의 기념사는 지난달 31일 금통위가 끝난 직후의 발언과 대조적이다. 앞서 5월 31일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조동철 위원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한은은 당시 '소수의견은 소수의견 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여태껏 '만장일치'로 금리 유지를 주장해 온 한은의 완강한 입장에 균열이 간 셈이다.
글로벌 금리에도 변화가 일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4일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p) 낮췄다. 호주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다. 호주와 우리나라의 금리 등락이 비슷한 양상을 띠었던 때도 잦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4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린 통화정책 컨퍼런스 연설에서 "이들(무역) 이슈가 언제, 어떻게 해결될 지 알 수 없다”면서 “미국의 경제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전문가도 금리인하를 높게 점치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우선 금리인하 가능성은 진단하면서 "3분기까지는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의 경과와 영향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하며 이로 인해 잠재 수준의 성장 전망이 크게 훼손될 경우 한은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그렇다면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은 4분기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높다"며 "남은 하반기 국내 증시에도 배당주 투자가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인혜 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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