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한진그룹이 조현민 전무를 경영일선에 복귀시키며 안 그래도 사면초가에 놓여있는 진에어를 더욱 코너로 몰아넣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조 전무는 이달 10일부터 한진칼 CMO(마케팅부문총괄)와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한진그룹 측은 조 전무의 마케팅 경험이 매출 증대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오히려 진에어를 더 곤경에 처하게 만든 악수(惡手)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조 전무가 이번에 복귀한 한진칼은 그룹 지주사로, 지분 60%를 보유한 진에어의 최대주주다. 때문에 조 전무 복귀를 두고 직접 경영이 힘든 진에어 대신 한진칼을 통해 우회적으로 경영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안팎으로 나오고 있다.
진에어는 조 전무에 대한 트라우마가 상당하다. 지금도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신분인 조 전무의 과거 임원 재직 이력과 이른바 물컵 갑질로 회사 경영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구 항공법 제114조 제5호, 제6호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외국인 임원 재직은 항공운수업 면허 결격 사유이며, 동법 제129조 제1항 제3호에 따르면 면허 결격 사유에 해당할 경우 면허 취소 사유다.
국토교통부는 미국 국적자인 조 전무(미국명 조 에밀리 리)의 임원 재직에 대해 지난해 면허 취소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면허 취소는 면해줬지만 등기임원 재직과 함께 물컵 갑질에 대해 갑질 경영 재발방지책 마련 전까지 신규 항공기 등록과 신규 노선 취항을 제한했다.
결국 이 제재로 지난달 황금노선으로 평가되는 중국 신규 운수권 배분에서도 제주항공,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 다른 저비용항공사(LCC)와 달리 진에어는 운수권을 배분받지 못하며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진에어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은 2017년(969억원)과 비교해 3분의 2 수준인 63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7% 늘어나는 데 그친 데 반해 영업이익은 4.1% 감소했다. 좀처럼 실적 개선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등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조 전무의 경영 복귀를 계기로 제재의 장기화에 따른 실적 악화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다. 당국에서 조 전무의 한진칼 복귀를 두고 진에어를 우회적으로 경영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당분간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도 그의 경영 복귀에 대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강하게 반감을 드러냈다. 노조는 "제재 해제의 전제는 갑질 근절과 진정한 경영문화의 개선"이라며 "문제의 책임자인 총수일가는 이를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고 직원들의 염원을 수포로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조 전무 복귀로 추가적인 제재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게 됐다며 극도의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 전무의 경영 복귀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조 전무가 진에어의 우회경영을 목적으로 한진칼로 복귀했는지 알 수 없지만 오해의 소지는 충분히 있다"며 "경영복귀 역시 진에어의 제재가 해제 후 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전무 채용은 한진칼 임원 채용 절차 등 내규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된 것"이라며 "조 전무는 풍부한 마케팅 경험을 토대로 그룹의 전반적인 매출 증대에 기여하는 한편 이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상연 기자 hhch11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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