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현대자동차가 영업이익 1조원을 회복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고도 주가는 좀처럼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당일 1% 넘게 하락한 주가는 이튿날 장중 3%대까지 떨어졌다.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전 거래일 대비 0.75%(1천원) 하락한 13만2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하락폭을 3%로 확대하며 12만8천500원까지 떨어졌던 현대차는 후반 들어 그나마 낙폭을 줄였다.
지난 22일 발표된 현대차의 올해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2% 증가한 1조2천377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1조1천127억원을 1천억원가량 웃돈 규모로 현대차는 2017년 3분기 이후 7분기 만에 분기 영업이익 1조원대를 회복하게 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1% 늘어난 26조9천664억원, 당기순이익은 23.3% 증가한 9천993억원을 각각 기록해 모두 시장 전망치 대비 양호한 수준이었다.
이처럼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발표했지만 현대차 주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전일 1.12% 하락하며 13만3천원에 장을 마감한 현대차는 이튿날인 이날도 반등에 실패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이번 호실적이 판매량 자체의 증가보다 '환율효과'에 힘입은 결과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환율을 제외한 실적의 민낯을 따진다면 주가 반등은 확신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분기 호실적은 원·달러 및 이종통화 등의 우호적 환율 환경에 따른 것으로 환율이 이번 영업이익에 미친 영향은 2천640억원 수준"이라며 "환율효과를 제외한 영업이익 개선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30억원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균판매단가(ASP)가 가장 높은 국내 도매판매와 SUV 판매 비중이 늘어나면서 제품별 판매비율(MIX)이 개선되긴 했지만 원가 부담이 이를 상쇄하고 있다"며 "환경규제 대응과 첨단사양 적용 증가로 재료비 부담 또한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글로벌 시장의 자동차 수요 감소폭 확대로 업황 회복에 대한 확신도 부족한 상황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상반기 현대차의 글로벌 자동차 수요는 전년 대비 6.7% 감소한 4천510만대로 주요 시장인 중국과 인도에서도 특히 부진했다"며 "글로벌 자동차 수요 감소폭이 커지면서 업종 자체의 투자비중 확대가 어렵다"고 말했다.
◆ 하투(夏鬪) 가능성·판관비 증가…수익성 악화 요인
파업 가능성 또한 현재로썬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가 추산 현대차의 하루 파업 시 매출 손실은 1천200억~1천300억원, 영업이익 손실은 200억~220억원에 달한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자동차 담당 연구원은 "3분기에는 영업일수 자체가 감소하는 가운데 여름철 연대파업인 '하투'가 확대될 경우 감익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형 쏘나타, 베뉴, GV80 등 주요 신차들이 출시되거나 출시를 앞둔 가운데 장기파업은 노사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파업에 따른 실적 부진 우려가 있는 가운데 예단하긴 어렵지만 조기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역별 수요 변화와 규제에 따른 구조적 비용 증가도 우려 요인이다.
김민경 미래에셋대우 차세대 자동차 담당 연구원은 "현대차가 신차 사이클 궤도에 올라탄 것으로 보이지만 2분기 판매관리비는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한 3조3천850억원이나 집행됐다"며 "지역 수요나 규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설비 최적화 및 연구 개발비가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