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프랑스 르노 본사가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의 전 세계 수출 물량을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 맡겼다. 르노 본사가 아시아권에서의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해서다. 르노삼성차 입장에서는 정부의 환경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의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에서 생산되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가 이달부터 한국의 부산공장에서의 생산을 시작했다.
앞서 지난 2일 르노삼성차는 '트위지 부산 생산 기념식'을 열고 이달부터 내수와 전 세계 수출 물량 모두를 부산공장에서 동신모텍이 생산하게 됐다고 밝혔다. 르노삼성차는 생산부지, 생산 기술 지원, 부품 공급을 담당하고 부산시는 설비투자, 판매확대를 위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담당한다.
초소형 전기차인 '트위지'는 2011년 첫 선을 보인이래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3만 대 이상 판매된 모델이다. 국내에는 2016년 출시돼 올 9월까지 3천400대 이상 판매고를 올렸다. 올 9월까지 누적 내수 판매는 1천240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수치다. 특히 9월까지 누적 내수 판매 가운데 전년 동기 대비 판매가 증가한 모델은 'QM6(41.4%증가)'와 '트위지'뿐이다.
르노 본사가 '트위지'의 생산을 부산공장에 맡긴 것은 아시아권에서의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해서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동남아 등 아시아권에서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미래 시장을 봤을 때 스페인보다는 한국이 생산기지로 더 적합할 것 같다는 본사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동남아 지역에서 주요 이동수단인 내연기관 오토바이가 가까운 시일 내 전기 오토바이나 초소형 전기차 등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이에 전기차 업체들이 앞다퉈 동남아 등 아시아권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에서는 복잡한 도심에서의 출·퇴근이나 배달, 경비, 시설 관리용 등으로 내수 판매 증가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최근 공유경제가 본격화하면서 카셰어링 서비스 이용이 늘어나고, 퍼스트·라스트마일을 잡기 위한 다양한 개인형 이동수단이 등장하면서 단거리 도심 주행용 이동수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르노삼성차 입장에서는 정부의 환경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도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에서 그동안 환경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부산공장은 르노 본사의 해외 공장이라 개발할 수 있는 모델이 없으니 모기업인 르노가 개발해 생산하는 것 중에 제일 작은 모델인 '트위지'를 갖고 오게 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부산공장이 자체 생산하기에는 원가가 맞지 않아 생산은 부산공장 내에서 르노삼성차의 협력업체인 동신모텍이 맡게 됐다. 부산에 소재한 동신모텍은 차체와 전기차 배터리 팩 케이스 등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업체다.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르노삼성이 자체 공장을 갖고 생산하기에는 원가가 맞지 않다"며 "인건비 문제도 있고 생산라인을 변경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비효율적이라 위탁생산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도 "생산라인 자체가 완전히 다른데다 여러 가지를 감안했을 때 직접생산보다 협력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생산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트위지' 생산을 시작으로 부산공장이 친환경 자동차 생산 거점으로 자리 잡음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동신모텍의 연간 트위지 생산능력은 내수와 수출 물량 모두 포함해 약 5천대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한때 르노삼성차가 내수와 수출 20만 대 넘게 생산했는데 5천 대라는 것은 2.5%밖에 안 된다"며 "5천 대 가지고는 친환경차 거점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르노삼성차는 앞으로 '트위지' 생산을 통해 내수 판매 대응과 함께 유럽·동남아시아 수출 물량을 포함해 수요에 따라 1만5천대까지 생산 규모를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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