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버블'이라 진단했다. 특히 1인 가구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만큼, 집값 상승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수장으로서 집값 폭락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한편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와 관련된 은행장 징계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17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취임 100일 기념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간담회의 주제는 단연 부동산이었다. 지난 16일 금융위원회는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초고가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제한 ▲투기지역 에서의 대출규제 강화 ▲갭투자 방지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12.16 부동산 대책'(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선 주택구입용 주담대가 금지되며,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선 초과분에 대해 담보인정비율(LTV)이 종전 40%에서 20%로 낮아진다.
또 차주가 전세대출을 받은 후 시가 9억원 초과 고가 주택을 매입하거나 2주택 이상 보유할 경우 전세대출을 회수하는 등 갭투자도 제한한다.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다주택자 청와대 참모들에게 1채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선 처분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은 위원장도 처분한다는 계획이다. 은 위원장은 "저도 당연하다"라며 "어제 회의가 끝나고 오후 5시쯤 세입자에게 그러한 의사를 전달했다"라고 밝혔다.
이번 대책의 테마는 '중산층도 집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자'라는 게 은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결국 가격이 안정되는 게 중산층 내 집 마련에 도움되는 것이지,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는데 대출을 통해 사라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라며 "15억원 이상 대출 중단은 가격을 안정시키고, 실제 안정이 됐을 때 중산층도 집 살 기회가 생긴다는 취지에서 정책을 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이 생각보다 강하다, 초법적인 정책이다 이런 말도 나오는데, 결국 그 목적이 젊은 연령층이나 서민들에게 집 살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니까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지금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 대해선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올랐다고 평가했다. 일반 근로자가 수십 년 동안 일해야 부동산을 살 수 있는 상황에서, '집을 사라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은 위원장은 "냉정히 보면 부동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올랐다"라며 "예전엔 연봉의 몇 배, 이런 식으로 집값을 가늠하곤 했는데, 지금은 그 계산이 엄청나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젊은 사람들한테 (부동산)을 사라고 말한다는 건 잘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구 구조를 감안할 때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도 언젠간 꺾일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나타날 집값 폭락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정책 당국은 급작스런 부동산 폭락에 대비해 브렉시트 리스크, 미중 무역분쟁 리스크 등을 보고 있다"라며 "다만 전체 인구 중 1인 가구가 30%에 육박하는 상황인데, 집값이 계속 오를 수 있나"라며 "5년인지, 10년인지 모르지만 분명히 폭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버블이다"라고 강조했다.
매우 이른 준비라는 지적이 나와도 금융위원장으로선 집값 폭락에 대비해야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2007년만 하더라도 조선시장이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아직도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매우 빠르다(too early)고 말할 수 있지만 금융위원장은 폭락에 대비해야한다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DLF 사태와 관련, 우리·하나은행장 징계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르면 내년 초, 금융감독원은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양 은행장에 대한 제재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은 위원장은 제재심을 통해 금감원이 양 은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결정하면, 금융위도 의결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가정을 근거로 말하기 어렵다"라며 "또 금융위엔 많은 위원들이 있고, 그 분들의 의견도 하나하나 소중한데 이 자리에서 미리 말씀드리는 것은 월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다만 "말씀하신 취지가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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