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한진그룹 '남매의 난'이 연일 재계 안팎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적자행진을 이어가는 호텔사업이 경영권 분쟁의 트리거(trigger·방아쇠)라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지난해 말 취임 8개월을 맞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글로벌 항공 수요의 둔화와 저비용항공사의 난립으로 꺼낸 '구조조정 카드'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남매 간 상속 다툼의 불씨가 됐다는 얘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사업 등 불필요한 사업을 최대한 정리하겠다고 밝힌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의 심기를 건드렸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위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취지인데, 제외 대상에 조 전 부사장이 맡았던 호텔사업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은 동생 조 회장이 선친인 고(故) 조양호 회장의 뜻과 다르게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실제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호텔사업 매각에 돌입하자 불편한 심기가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졌다는 것.
조 전 부사장은 고 조양호 회장이 경영할 당시에도 호텔사업을 떼달라고 할 정도로 호텔사업에 애착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그의 애착과 달리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은 적자수렁에 애물단지가 된지 오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은 한진칼의 자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와 대한항공의 종속회사 한진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HIC)으로 나눠진다.
칼호텔네트워크는 국내에 '제주KAL호텔', '서귀포KAL호텔', '파라다이스호텔제주', '그랜드하얏트인천' 등 4개 호텔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이후 매년 적자수렁에 빠져있다. 부채는 2천663억원을 기록중이다. 2008년 인수한 서귀포 파라다이스호텔은 재정난으로 개발이 중단된 상황이다.
HIC가 보유 중인 미국 LA 월셔그랜드센터호텔도 별반 차이가 없다. 객실 수가 900개 규모인 대형호텔로 개관 이후 누적 영업손실이 2천억원에 달한다. 윌셔그랜드센터호텔'은 대한항공이 HIC를 통해 8년간 10억달러(한화 1조5천300억원)를 투자했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기순손실 규모가 77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형식적인 지배구조 개선안만 발표했을 뿐 재무구조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석을 내놓고 있다. 대한항공의 100% 자회사인 윌셔그랜드호텔이 여전히 적자인 상황에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만기가 다가오고 있다. 사모펀드인 KCGI도 한진그룹에 지속적으로 호텔사업 부문 매각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코스피200 상장사(금융업 제외)의 평균 부채비율이 90.8%인 반면 834.7%로 1위를 기록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한진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대한항공의 정상화가 가장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대한항공의 1천% 육박하는 부채비율이 낮춰야 주주의 지지를 얻을수 있다는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비전 2023'발표에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고 국내 호텔 사업의 효율성을 높여 부채비율을 395%까지 낮추고 신용등급을 A+로 높이겠다고 강조했지만 1년의 시간이 지난 현재 지지부진한 상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그룹 전반의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 등 재평가 방안들이 부각될 것"이라며 "유휴자산 매각과 공급 구조조정 등이 수반될 것"이라고 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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