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도 고쳐매지 마라'는 의심받을 만한 일을 하지 말라는 뜻의 옛 속담이다. 최근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의 한진칼 지분 투자를 두고 재계에서 나온 말이다. 갓을 쓰고는 오얏나무 근처에 가지를 말거나, 갔다면 갓끈을 고쳐매서 안되는 부담을 권 회장은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권 회장은 한진칼 지분율을 8.28%까지 늘리면서 한진그룹의 지배 구조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 한진가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자 한 달 만에 지분 2%를 사들인 반도건설은 '단순투자'를 목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다는 기존 입장을 '경영참여'로 선언했다.
시장 일각에선 만약 허위공시로 판명날 경우 반도건설이 보유한 지분 중 상당수가 이번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앞둔 한진칼에 반도건설의 주식보유목적 허위 공시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진칼은 이달 16일 금융감독원에 반도건설, KCGI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에 대해 조사를 요청했다. 한진칼은 반도건설이 '자본시장법 상 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 자는 보유목적을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보고해야 한다'는 '대량보유상황 보고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권 회장은 지분 매입이 마무리된 지난 1월10일 되어서 투자 목적을 ‘경영참여’로 갑작스레 변경했다. 권 회장은 고 조양호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 조 회장의 권유로 한진칼 주식을 매입했다고 권 회장은 설명했지만 '경영참여'로 입장을 바꾸면서 발톱을 드러냈다는 분석도 적지않다.
핵심은 과연 반도건설 측이 '경영참여목적'을 숨기고 지분을 매집했느냐 여부다. 한진칼은 '단순투자'라는 가면을 쓰고 실제 '경영참여목적'의 투자를 한 것이라면 명백한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반도건설 측은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신청에서 "한진칼의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하는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가 글로벌 종합물류그룹으로서의 성장동력을 가진 한진칼의 잠재적 기업가치를 고려할 때 투자의 적기라고 판단해 주식을 취득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다만 주식 매입 상황을 뜯어보면 반도건설 측 주장에 의구심이 든다고 한진칼은 주장한다.
한진칼은 "반도건설 측이 한진칼 지분 매입을 시작하던 2019년 6월 이후 투자전문회사들은 한진칼 주가에 부정적 평가가 적지않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도건설은 주식 매집 지속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투자전문회사들이 대부분 부정적 투자 의견을 지속적으로 냈고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하는 의견을 제시한 증권사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말 권 회장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만나 한진그룹 명예회장 자리를 비롯해 등기임원·감사 선임권한과 한진그룹의 국내외 부동산 개발권 등을 수 차례 요구했다는 내용이 밝혀지면서 반도건설의 주식보유목적 허위공시 가능성에 무게가 더해지는 모양새다.
한진칼 "반도건설 측이 한진칼 주식을 매수할 당시 다른 기업의 주식이나 여타의 투자 대상과 비교해봐도 가치가 그리 높지 않았다"며 "반도건설 측은 가용자금을 모두 쏟아 부어 단기간에 오로지 한진칼 발행 주식 한 종류만 매집했다"고 '경영참여목적'임을 확신한다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건설의 주장과 같이 단순투자였다면, 이 같은 몰빵 투자는사실상 도박과 다르지 않은 사실상 배임행위에 가깝다"며 "일반적인 투자자라면 이 같은 위험을 무릅쓰고 주식을 매입할 리 없다는 것이 상식적임을 미루어볼 때, 반도건설 측이 '경영참여목적'으로 주식을 매입했음이 분명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향후 금융감독원 조사나 가처분신청 결과를 통해 반도건설이 주식보유목적 허위공시가 맞다고 밝혀질 경우, 3자 주주연합의 발등에 불이 떨어질 가능성 커 보인다. 자본시장법 제147조 제1항을 위반했을 경우 5%를 초과한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이에 따라 2020년 1월 10일 기준으로 반도건설 측이 보유한 지분 8.28% 중 5%를 초과한3.28%에 대해 '주식처분명령'이 내려질 수 있어서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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