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제유가 쇼크가 지속되면서 국내 중화학업계가 사상 최악의 어닝쇼크를 기록하게 될 전망이다.
정유업계는 유가하락으로 인해 원유재고 평가손실이 늘어나고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 발주가 지연되면서 수주에 타격이 우려된다. 코로나19에서 촉발된 여파가 정유업계를 지나 조선업계까지 연쇄 관통하고 있는 셈이다.
19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4.4%(6.58달러) 미끄러진 20.37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는 18년 만에 최저수준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 역시 전날보다 배럴당 13.4%(3.85달러) 하락한 24.8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WTI와 브렌트유는 각각 22%와 24%씩 폭락한 데 이어 이날 또다시 대폭락을 맞이하게 됐다. 두바이유는 8.3%(2.57달러) 하락한 28.26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하락의 배경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포로 원유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오히려 증산 경쟁을 펼치는 데 있다. 여기에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산업가동이 지연되면서 유가 하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유업계는 원유가격 급락으로 재고평가손실을 떠안게 됐다. 통상 정유사들은 2~3개월 전 원유를 구입한 뒤 가공·판매한다. 이 때문에 유가가 하락할 경우 미리 사둔 원유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그만큼 평가손실을 본다.
더욱이 석유수요 감소로 정제마진도 손익분기점(BEP) 아래에서 머물고 있다. 3월 둘째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3.7달러를 기록하며 전주(1.4달러) 대비 살짝 반등했지만, 손익분기점인 4달러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제마진은 정유제품 판매가에서 원유 구입가격을 뺀 가격으로 정유사 수익성을 나타낸다.
결국 국내 정유업계는 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1위 정유기업인 SK에너지는 원유 정제공장 가동률을 기존 100%에서 85%까지 낮춰 감산에 돌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다른 정유사들도 현재 가동률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역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미 코로나19 사태 등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물동량 둔화로 선박발주가 큰 폭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국제유가 급락이라는 변수까지 맞이하게 됐다. 올해 1~2월 전세계 누적 선박 발주량은 전년 동기(489만CGT) 대비 무려 76% 감소한 117만CGT에 그쳤다.
유가가 하락하면 원유 생산을 위한 해양플랜트와 원유·가스를 시추하는 드릴십 등의 발주가 줄어든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저유가 기조로 인해 연평균 330억 달러 규모였던 해양플랜트 시장이 52억 달러로 1/6 이상 줄어들기도 했다.
이 밖에도 발주처들은 유가 하락시 공사과정에서 발생한 추가비용 지불을 거부하며 건조계약을 취소할 가능성도 있다. 조선사는 수주 계약해지가 발생할 경우 선수금을 몰취하고 해당선박을 매각해 손실을 보전한다. 현재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5척의 드릴십 잔고를 보유 중이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악재를 만나 글로벌 물동량 둔화가 불가피하고 유가가 급락하면서 해양 프로젝트 발주 여부도 불확실해졌다"며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물동량이 살아나도 개별 기업 이슈가 주가 상승을 제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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