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기획재정부가 이달부터 대기업과 중견기업 공항면세점 임대료를 20% 감면키로 했지만 지금의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턱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면세업계를 중심으로 추가 감면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여행객 수가 평년 대비 98% 이상 급감해 면세점 매출이 90% 넘게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료 감면 폭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신라·신세계 등 대기업 3사 면세점들의 지난달 합산 적자액은 인천공항에서만 1천억 원을 넘었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과도한 고정 임대료는 유지된 반면, 매출은 95% 이상 줄었기 때문이다.
현재 각 업체별로 인천공항에 납부해야 하는 임대료는 신세계가 360억 원으로 가장 많고, 신라가 280억 원, 롯데가 200억 원으로, 총 84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인건비, 관리비 등 고정비용까지 더해지면서 각 업체들의 손해는 더 극심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입점해 있는 협력업체들도 인천공항이 김포공항처럼 임시 휴점하길 바라고 있지만, 인천공항에서 이를 허락해주지 않는다"며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벌어들이는 것 없이 비용만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면세업체들이 이 같이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인 입국금지·심사를 강화한 나라들이 많아지면서 출국자 수가 급감한 영향이 크다. 현재 한국인 입국 금지 강화 조치를 내린 국가는 총 181개 국이다. 또 면세업계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던 중국인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도 영향이 컸다.
실제로 지난달 1~30일 외국인 관광객은 94.7% 감소하고, 해외여행이 94.8% 줄면서 인천공항 이용객 수는 급감했다. 이로 인해 대기업 3사의 3월 매출은 모두 합쳐 80% 가량 줄어든 400억 원일 것으로 일각에선 추산했다. 평소 인천공항 면세점들의 한 달 매출은 2천억 원대다.
이 같은 어려움은 이달 들어 더 심화된 모습이다. 일평균 10만 명이었던 인천공항 이용객 수는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을 모두 합쳐 지난 1일 기준으로 1천300명에 그쳤다. 이에 따른 대기업 면세점 3사 일매출 총합은 고작 1억 원에 불과했다. 평소 일평균 매출이 60억~70억 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면세점들이 점포 문을 안닫고 있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운영이 어려워져 문을 닫고 싶어도 인천공항 지침을 따라야 해 '울며 겨자먹기'로 버티고 있다"며 "매일 이용객 수가 98% 이상 급감했는데 대기업과 중견기업 면세점의 임대료 감면율은 20% 밖에 안되는 건 너무하지 않냐"고 토로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1일 대기업과 중견기업 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20%, 소상공인·중소기업 공항 면세점 임대료 감면율은 기존 25%에서 50%로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업체 관계자는 "공항 이용객 감소로 인한 면세점의 어려움을 이해해준 결정에는 고마움을 느낀다"며 "4월부터 입국자 전원 2주 격리로 그나마 있는 중국 보따리상들도 못들어오게 돼 매출은 0원이 될 것으로 보여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매출의 90% 이상이 감소한 상황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임대료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며 "임대료가 매출의 몇 배가 되는 현실을 반영해 추가적 감면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소·중견 면세점들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천공항에 입점해있는 그랜드·엔타스·시티플러스·SM면세점의 3월 예상 매출은 18억2천700만 원이지만, 이들이 납부해야하는 임대료는 46억 원 수준에 달했다. 이로 인해 SM면세점, 그랜드면세점 등 인천공항의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일부는 3월에 내야하는 2월분 임대료도 납부하지 못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황에서 감면폭이 20% 밖에 되지 않는 것은 현실을 너무 반영하지 않은 듯 하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