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대한항공에 대한 정부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경영위기에 처한 대한항공에 긴급자금을 지원했는데 향후 경영권 분쟁 결과에 따라 국영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채권단인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대한항공에 1조2천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대한항공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한진칼이 담보로 제공하는 주식은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할 신주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 29.96%를 보유하고 있는데, 대한항공이 1조원 조달을 위해 추진하는 유상증자에 3천억원을 투입해 기존 지분율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이 담보로 잡는 신주의 지분율은 15%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채권단이 담보권을 실행하는 조건은 대한항공이 특정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다. 대한항공은 내년 말까지 2조원 이상의 자본확충을 해야 하는데 자체적으로 1조원 이상을 확보하라는 것이 채권단의 요구로 알려졌다. 앞서 제출한 자구안에 포함된 송현동 부지,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 등을 제외한 추가적인 조건이다.
대한항공이 내년까지 채권단에 약속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2022년 1월 중 한진칼이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확보하는 대한항공 지분 15%가량이 채권단으로 넘어가게 된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대한항공에 지원하는 1조2천억원에는 주식전환 영구채 3천억원도 포함돼 있다. 채권단이 향후 주식으로 전환하면 대한항공 지분 16.37%를 확보할 수 있다. 영구채의 만기는 2050년 5월 22일이지만 2021년 6월 22일부터 주식전환을 청구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직접 보유하는 대한항공 지분만 30%대에 이르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보유한 7.89%를 더하면 대한항공에 대한 정부지분은 40%에 육박하게 된다. 반면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20%를 넘기 어렵게 된다.
특히 국민연금은 최근 대한항공 지분율을 낮추고 있지만 2018년 말에는 12%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언제든지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정부가 대한항공에 대한 국영화를 마음먹으면 국민연금을 통해 추가로 지분을 확보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공기업이었던 대한항공은 1969년 한진그룹이 인수하면서 민영화됐다.
대한항공에 대한 정부의 지분 확대는 한진칼 경영권 분쟁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기간산업을 살리기 위해 대한항공에 대한 지원에 나섰는데 향후 사모펀드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사태를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한진칼의 경영권을 위협한고 있는 3자 주주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은 최근 추가로 지분을 매수해 지분율을 45.23%까지 높였다. 완전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 50% 눈앞에 뒀다. 3자 연합은 한진칼 지분율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3자 연합의 개별 지분율을 보면 KCGI가 19.54% 가장 높다. 이어 반도건설(19.20%),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6.49%) 순이다. KCGI는 한진칼 주식 매수가 장기투자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사모펀드 특성상 경영권 확보 이후엔 언제든 수익을 실현한 뒤 엑시트(투자회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진칼은 경영권 분쟁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 지주회사인 한진칼 시가총액은 5조원이 넘는데 주력 사업회사인 대한항공의 시가총액이 2조원에 못 미친다. 통상적으로는 지주회사의 시총은 사업회사 시총의 절반을 넘기 힘들다. 지배구조가 비슷한 한국타이어의 경우 지주회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시총이 1조원 수준인 반면 사업회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시총은 3조원이 넘는다.
3자 연합이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대한 투자에 나선 것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대한항공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반대로 정부가 대한항공 지분을 꾸준히 확보하고 있는 것은 향후 3자 연합에게 한진칼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대한항공에 대한 독자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진칼이 대한항공 경영권을 잃게 될 경우 3자 연합은 막대한 투자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한진칼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과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지분율은 계속해서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한진칼이 취득하는 대한항공 신주에 대해 채권단이 담보권을 실행하는 특정조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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