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인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삼성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돼 1년간 수감생활을 하다가 항소심에서 2018년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2년4개월만에 또다시 구속 위기에 처했다.
이날 재계와 법조계 안팎에선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영장 청구 자체가 무리수라는 점에서 망신주기 의도가 다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불구속 재판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고 그룹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계열사 합병과 분식회계를 계획하고 진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우는 ‘시세조종’에 관여하고 지시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부회장 측은 검찰이 1년 7개월간 수사로 이미 수집할 수 있는 증거는 모두 수집했고, 글로벌 기업 총수인 이 부회장이 도주할 우려가 없다는 점을 들어 구속 사유가 없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은 금융당국과 법원에서도 판단이 엇갈린 만큼 범죄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세조종 혐의도 절차상 위법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또 이 부회장 측은 검찰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기소 여부가 타당한지 객관적 판단을 받기 위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무리하게 청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가 ▲일정한 주거지가 없거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거나 ▲도주의 염려가 있는 경우 구속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주거지가 일정한 데다 한국 최대 기업 총수로 기업을 팽개치고 도주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로만 1년 6개월 이상 수사를 이어온 상황에서 이제 와서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앞서 7일 삼성은 절박함을 담은 호소문을 발표했다. '언론인 여러분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으로 검찰 수사 쟁점과 관련해 일부 언론이 제기한 의혹을 반박하고 경영 위기감을 호소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일각에선 삼성이 이례적으로 제기된 의혹에 대해 반박하고 경영 정상화다가 필요하다고 호소한 것은 그만큼 내부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글로벌 유력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행보를 확대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지금의 위기를 기회삼아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나서는 반면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갈수록 커지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비롯한 우리 기업들은 여러 불확실성 속에 '포스트 코로나' 대비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환경이 엄혹해진 상황에서 미·중 무역 분쟁 등 각종 글로벌 이슈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기존 사업을 확장 또는 구조조정하는 것 외에 추가 성장동력 발굴에는 미온적이라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외신들도 잇따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삼성에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잇단 재판과 구속 위기가 삼성에 큰 타격이 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일본경제신문은 지난 5일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소식을 전하며 "(이 부회장 구속 시) 그룹의 경영 자원이 재판 대책으로 할애돼 중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지연되는 등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4일 삼성에 대해 "한국 경제와 국가 정신에 있어 흔치 않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한국이 경제에서 기술 수출 강국으로 변신한 것은 가족이 운영하는 대기업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앞서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 부회장에게 유죄가 선고된다면 대신할 인물이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했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부회장의 법적 공방은 세계 최대 메모리·스마트폰·디스플레이 제조사인 삼성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AFP는 "(이 부회장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진다면 삼성은 가장 중요한 결정권자를 잃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 부회장은 세계 최대 기업집단 중 하나인 삼성의 최종 의사결정권자"라며 "이 부회장의 승인 없이는 주요 전략적인 결정과 대규모 인수합병건은 진행될 수 없다"고 우려한 바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이 이례적으로 제기된 의혹에 대해 반박하고 경영 정상화다가 필요하다고 호소한 것은 그만큼 내부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대규모 사업구조 전환이 필요한 경영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창업가의 구심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했다. 특히 삼성이 몸담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업계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과 미중 무역분쟁 격화, 한일 외교갈등 재현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이라며 "이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계속 노출될 경우 위기 극복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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