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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마트노조 "이마트, 권한 없는 근로자대표 통해 임금 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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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체불 금액 600억원 달해…사측 "적법한 절차 따른 것" 반박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우리는 1987년 6·29 선언 이후 대통령을 직선으로 뽑아왔습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도 이마트는 근로자대표를 법의 모호함을 이유로 '3중 간선제'로 선출하고 있습니다. 이에 이마트를 시작으로 근로자대표제도의 문제점을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16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서비스연맹)에서 열린 '이마트 체불임금 소송 돌입' 기자회견 자리에서 만난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이마트가 권한 없는 근로자대표를 통해 3년 간 600억 원의 임금을 체불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부정한 방식으로 선출된 근로자대표에게는 그 어떤 권한도 없다"며 "이마트는 정상적으로 노동자에게 줘야 할 금액들을 주지 않고 강탈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이마트가 3년간 600억 원에 달하는 임금을 체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이현석기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이마트가 3년간 600억 원에 달하는 임금을 체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이현석기자]

◆"불법적 절차로 선발된 근로자대표 인정할 수 없어"

이날 서비스연맹과 마트노조 이마트지부(이마트지부)는 이마트가 근로기준법을 충족시키는 근로자대표 없이 위법한 서면 합의를 근거로 대체휴일 사용을 지시해왔다고 주장했다.

근로자대표는 사원들의 임금, 근로조건 등에 대한 합의를 진행할 권한이 있는 자를 의미한다. 과반수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과반수노동조합이 없을 경우 전체 근로자 과반 이상의 지지를 모아 선출돼야 한다.

하지만 서비스연맹과 이마트지부의 주장에 따르면 이마트 노사협의회 전사사원대표는 약 150명의 점포 사업장대표들만의 투표로 통해 선출돼 근로자대표의 권한이 없다. 또 점포 사업장대표는 매 점포별로 구성된 근로자위원들의 투표로 선출돼 사실상 '3중 간선' 형식으로 근로자대표를 선출하는 셈이다.

서비스연맹 및 이마트지부는 부당한 방식으로 선발된 근로자위원이 뽑은 근로자대표에게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이마트지부]
서비스연맹 및 이마트지부는 부당한 방식으로 선발된 근로자위원이 뽑은 근로자대표에게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이마트지부]

이들은 근로자위원의 자격도 문제삼았다. 이마트가 ▲근로자위원의 출마 조건으로 '만20세 이상, 2년 이상 경력, 최근 2년간 견책 이상 징계 없음'을 전제해 피선권 제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로자위원 선출 참여 금지 ▲사업장 직급별 근로자위원 배분도 인원 비례가 아닌 정규직 위주만으로 선발 등 고용노동부 행정명령을 위법한 사례가 많다는 주장이다.

전수찬 이마트지부 위원장은 "전사 근로자대표는 전 사원을 대표하는 직책이지만 이마트는 사원들에게 대표권에 대해 주지시키지 않았으며, 근로자 과반수의 의사도 묻지 않았다"며 "전체 노동자의 과반수 내로 대표를 선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표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무휴업일 등에 대체휴무 소진…"사실상 대휴마저 보장 안돼"

이마트지부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금까지 이 같은 부당 근로자대표를 내세워 지난 2012년부터 유급휴가 및 대체휴무 합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휴일근로 가산수당 150%를 지급하지 않고 대체휴일 100%만을 보상받아와 50%의 가산수당을 체불했다는 주장이다.

조혜진 서비스연맹 법률원(변호사)은 "휴일에 업무를 진행한 노동자에게 대체휴무를 1일 지급하는 것은 사실상 100%의 휴일수당만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통상임금의 50%인 휴일근로 가산수당을 사실상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혜진 서비스연맹 법률원(변호사)은 "통상임금 50%에 달하는 휴일근로 가산수당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진=이현석기자]
조혜진 서비스연맹 법률원(변호사)은 "통상임금 50%에 달하는 휴일근로 가산수당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진=이현석기자]

또 대체휴무도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무휴업일 등에 직원 전원이 대체휴무를 소진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사실상 '2중 체불'을 저지르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이마트지부는 지난 14일부터 이마트를 상대로 휴일근로 체불임금 소송인단 모집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체불 예상 금액은 청구시효 3년을 감안할 시 600억 원 이상이며 다음달 중으로 소송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근로자대표 무효 등의 내용을 담은 고용노동부 진정 등 행정 조치도 이어갈 계획이다.

전 위원장은 "이마트는 불법적 절차로 선발된 근로자위원이 뽑은 근로자대표를 통해 '합법적'으로 노동자들이 응당 받아야 할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불법적 근로자대표를 인정할 수 없으며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마트 "적법 절차 따라 합의 진행…근로자대표 자격 문제 없어"

이마트는 근로자대표 제도를 적법 절차 아래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근로자위원 선출도 노사가 합의된 내부 규정에 따라 선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마트에 현재 활동중인 3개의 노조 중 과반 이상의 노동자가 가입한 노조가 없어 현재와 같은 제도로 근로자대표를 선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적법하게 선정된 근로자 대표인 노사협의회 전사사원대표와 임금을 비롯한 복리후생 증진 등 여러 사항을 협의해 오고 있다"며 "사내에 과반 이상의 인원으로 조직된 노조가 없어 현재 전사 사원 대표를 근로자대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다만 일각에서는 현행 근로기준법의 문제로 이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단지 이마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근로기준법 등에 근로자대표에 관련된 법적 근거가 미비하며 근로자대표의 선발에 관련된 규정도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는 비판이다.

최진수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노무사는 "근로자대표제도는 1996년 제정된 이래 많은 허점을 지적받아 왔다"며 "현행 제도를 그대로 따르면 법의 취지를 지키는 사업자가 경쟁에서 손해를 보고, 이를 악용한 사업자만이 이득을 남기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이 단순히 이마트만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으며, 근로자대표 제도의 근본적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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