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쌍용자동차 최대주주 마힌드라가 지분매각과 투자유치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뒀다. 투자유치를 통해 쌍용차와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의지가 가능하지만, 새로운 투자자가 원하면 경영권도 넘길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지난주 삼성증권과 로스차일드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대한 투자유치에 나선 것은 당초 약속했던 2천300억원의 지원이 어렵게 되자 꺼낸 궁여지책이다.
쌍용차는 지난해 경영 정상화를 위해 향후 3년간 5천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마힌드라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마힌드라는 2천300억원을 수혈하기로 결정하고, 나머지 2천700억원은 쌍용차 스스로 자산매각과 금융권 대출 등을 통해 조달하도록 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마힌드라의 경영사정도 어렵게 되자 지난 4월 2천300억원을 수혈하기로 했던 계획을 철회하고, 400억원의 긴급자금만 융통하기로 했다. 대신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하고 최대주주 지위를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가 필요하다. 투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있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쌍용차 매각설이 급물살을 탔다.
쌍용차 측은 마힌드라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매각하는 대신 유상증자를 진행해 새로운 대주주를 참여시키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새로운 투자자가 원하면 최대주주 지위도 넘기겠다는 것이 마힌드라 방침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마힌드라는 쌍용차와의 협력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길 바라고 있다"면서 "지분매각은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하고 있지만 우선은 새로운 투자자를 통해 쌍용차에 자금을 수혈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마힌드라 입장에서도 쌍용차 지분 매각은 실익이 크지 않다. 마힌드라는 2011년 쌍용차를 5천2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1천3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약 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7천억원 규모를 투입했지만 현재 지분가치는 2천~3천억원대로 평가된다. 최근 쌍용차 주가가 급등하면서 보유지분 가치가 4천억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매각가로 연결 짓기는 힘들다.
또한 마힌드라가 단순히 지분만 매각하면 쌍용차로 수혈되는 자금이 없기 때문에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힌드라가 2천300억원의 자금수혈 계획은 철회하면서도 4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한 것도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쌍용차가 JP모건, BNP파리바 등 해외에서 조달한 차입금에 대한 마힌드라 지분 51% 초과 유지 조건이 투자유치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새로운 투자자가 보증을 서면 해결될 문제다. 쌍용차 관계자는 "마힌드라가 지급보증을 했지만 새로운 투자자가 다시 보증을 하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마힌드라의 매각 강행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초강수로 바라보고 있다. 정부는 기간산업안정기금 등 쌍용차에 대한 지원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옛말에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고,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아직도 쌍용차는 살려고만 하고 진지하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임하지 않는 것 같다"며 "쌍용차 노사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산은은 기존 투입 자금을 갑자기 회수하지는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쌍용차로서도 급한 불을 끈 셈이다. 다음 달 만기가 도래하는 900억원 대출에 대해서는 만기 연장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최대주주의 책임만 계속해서 강조하다보니 마힌드라도 매각 가능성을 언급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장 다음 달 만기가 도래한 대출은 연장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마힌드라가 시간을 번 셈이다"라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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