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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벼랑 끝 이스타항공 "제주항공이 지시한 것"…애경 불매도 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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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노동자들, 제주항공 모회사 애경그룹 본사 앞서 기자회견

[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이 인력 구조조정과 임금체불, 전면 셧다운 등으로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것이 제주항공 측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며, 제주항공의 모회사인 애경그룹 본사 앞에 모였다. 이날을 시작으로 노동자들은 애경그룹 제품 불매도 불사하겠다고 결의했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3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애경 본사 앞에서 '구조조정·임금체불 지휘해 놓고 인수거부! 파렴치한 제주항공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을 포함해 다른 직군 노동자들 까지 50여 명이 참석했다. 송민섭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과 권영국 정의당 노동본부장도 규탄 발언으로 힘을 더했다.

애경 본사 앞에 모인 것은 지난 1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측에 "3월 이후 발생한 채무에 대해 영업일 기준 10일 안에 선결 조건 불이행 시 인수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최후 통첩성 공문을 보낸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체불임금과 각종 미지급금 등 800억 원 가량을 이달 15일까지 갚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런데 체불임금 250억 원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인수 계약을 해지하려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생각이다.

특히 이런 상황까지 온 것은 제주항공 측 지시에 따른 결과란 설명이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인력 구조조정과 임금체불, 전면 셧다운 등을 제주항공 측에서 지시했다는 정황을 엿볼 수 있는 녹취록이 있다며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3월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간 통화에서 최 대표가 "국내선은 가능한 운항해야 하지 않겠나"는 말에 이 대표가 "셧다운을 하고 희망퇴직에 들어가야 한다. 그게 관(官)으로 가도 유리하다"고 답했다고 전해졌다. 이는 전면운항중단과 희망퇴직이 불가피한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또 최 대표가 "희망퇴직자에겐 체불임금을 주지만 나머지 직원은 제주항공이 줘야 하지 않겠나. 직원들 걱정이 많다"고 하자 이 대표가 "딜 클로징을 빨리 끝내자. 그럼 그 돈으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즉 제주항공 측에도 체불임금에 대한 일정한 책임이 있으나 방치해왔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는 현재 애경그룹의 지주사인 AK홀딩스 대표이사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제주항공 측 직원 4명이 매일 이스타항공 본사에 상주하며 모든 주요 영업활동을 감독하고 노사 간 주요 쟁점들에 대해 제주항공 측과 수시로 통화하며 지휘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 구조조정도 이 과정에서 진행됐는데, 이에 580여 명의 직원들이 길거리로 쫓겨났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특히 제주항공 때문에 이스타항공이 자력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완전히 박탈당했다고 강조했다.

박이삼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이스타항공 부채가 급증하게 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심각한 승객감소도 있지만 구조조정에 몰두하면서 고용유지지원금을 못 받았고 이유 없이 전문운항중단이 이어지면서 손실을 줄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 [황금빛 기자]
이스타항공 노동자들. [황금빛 기자]

나아가 노조 측은 제주항공 측이 이스타항공을 파산시켜 저비용항공사(LCC) 시장 독점적 지위를 누리기 위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지난 5월 항공교통심의위원회가 25개 노선 운수권을 배분했는데, 당시 제주항공은 11개 노선을 받았다. 특히 해외거점에서 타국으로 승객 유치가 가능한 이원5자유 및 중간5자유 운수권을 제주항공이 독점 배분받았다. 이는 예컨대, 인천에서 마카오까지 운항 후 마카오에서 현지 승객을 제 3국으로 실어 나를 수 있는 엄청난 특혜라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1천600명의 직원들에 대한 250억 원의 체불임금이 5개월째 쌓여 있고, 오늘 하루도 1억5천만 원의 임금이 체불됐다"면서 "노동자와 가족의 생존이 벼랑 끝에 내몰린지 오래인데, 제주항공 측이 직접 지시하거나 깊이 관여한 구조조정과 임금체불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목소리를 보탠 송민섭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은 "이행보증금 115억 원을 내고 6개월이 지나서 타이이스타젯 등에 대한 문제를 삼고 있다"면서 "제주항공 측 변호사는 그 정도밖에 안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항공은 자본의 이익만을 생각하며 대량실업사태를 방관을 넘어 조장했다"며 "이스타항공이 정상화할 때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국 정의당 노동본부장도 "이스타항공 사태가 대한민국 기업과 노동자들이 난국을 헤쳐 나가는 잣대가 될 것"이라며 "정의당을 비롯해 정치권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일 이스타항공 노조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이날부터 투쟁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이달 4일 오후 민주당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한 후 각계각층의 시민사회노동단체들과 연대해 악질자본 제주항공에 맞서 애경그룹 제품 불매운동 등도 벌일 예정이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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