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혜리 기자] CJ ENM과 딜라이브 간 프로그램 사용료(수신료) 분쟁 조정에 나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다수결로 최종 중재안을 도출, CJ ENM 손을 들어주자 중소 유료방송사업자(SO)들이 허탈감을 드러냈다.
과기정통부는 이례적으로 메이저리그 연봉조정신청 제도를 도입해 이번 중재안을 도출했다. 과기정통부가 중재안을 마련하지 않고, 각 사가 마련한 조정안 중 더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제안을 다수결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상황이 알려지자 중소 SO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CJ ENM이 딜라이브에 요구한 수신료 인상률이 중소 SO로 확대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번 과기정통부 중재안이 일종의 '수신료 분쟁 가이드라인'이 되길 기대했기 때문이다.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는 CJ ENM과 딜라이브 간 수신료 분쟁에 대한 중재위원회를 열고 CJ ENM이 제안한 인상률을 중재안으로 채택했다고 발표했다.
CJ EN과 딜라이브는 지난 3월부터 수신료 인상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CJ ENM 측이 20% 인상을 요구했지만, 딜라이브는 이의 인상이 과도하다고 반발했다.
상황이 방송 송출을 중단하는 '블랙아웃'이 우려되고 인상된 수수료가 중소SO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과기정통부가 지난달 31일까지 양사 자율적 합의 도출을 권고했지만 이의 합의는 끝내 불발됐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지난 4일 양사와 합의한 분쟁 중재 방법에 따라 중재 절차를 진행했다.
방송, 경영·회계, 법률 등 각계 전문가 7명으로 분쟁 중재위원회를 구성하고, 양사가 제출한 서면 자료 검토와 두 차례의 의견 청취(9월 14일, 16일)를 거친 후, 중재위원 간 논의를 통해 최종 중재안을 결정했다.
특히 이번 분쟁 중재는 정부가 특정한 인상률을 중재안으로 제시하지 않고, 양사가 제안한 인상률 안 중 보다 합리적이고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1개사의 제안을 분쟁 중재위원회에서 다수결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런 중재 방식은 우리나라와 미국 프로야구에서 연봉조정을 위해 활용되는 방식이다.
양 당사자에게 중재위원의 선택을 받을 만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게 함으로써 당사자 간 의견 차이를 좁히고 합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데 특징이 있다고 과기정통부는 설명했다.
분쟁 중재위원회 논의 결과, 딜라이브가 CJ ENM에 지급할 2020년도 수신료에 대해 CJ ENM의 제안이 타당하다는 입장이 4표, 딜라이브의 제안이 타당하다는 입장이 3표로 나타났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다수가 찬성한 CJ ENM의 인상률을 최종 중재안으로 채택했다.
중재안의 인상률은 현재 유료방송사와 다른 방송 채널 사용 사업자 간에 사용료 협상이 진행 중이고, 양 사에서 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공개를 원하지 않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과기정통부는 밝혔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이번 중재 방식에 따라 동결(딜라이브)과 20% 인상(CJ ENM)에서 출발한 양사의 격차가 최종 중재 회의 시에는 상당히 줄어든 상태에서 진행되는 성과가 있었었다"고 설명했다.
또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당초 CJ ENM이 제시한 20% 인상률보다 줄었다"며 "양사 모두 위원회 선택을 받기 위한 제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CJ ENM 관계자는 "과기부 중재 결과를 존중한다"며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웰메이드 콘텐츠 제작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정부 개입에 의미 부여했던 중소 SO…허탈감 드러내
이런 상황이 알려지자 중소 SO 업계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CJ ENM이 딜라이브에 요구한 인상률이 중소 SO로 확대될 가능성 탓. 정부가 중소 사업자 입장을 반영한 일종의 '범용 가이드라인'이 될 만한 중재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업계 기대와는 다른 결과인 셈이다.
앞서 전국개별SO발전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방송 수신료 매출과 가입자가 모두 역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콘텐츠 사업자의 일방적인 요구가 중소 SO를 또 다른 위기로 몰아넣지는 않을까 두렵다"고 주장했다.
이한오 금강방송 대표(전국개별SO발전연합회장)는 "정부가 개입해 수신료 분쟁을 중재하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던 상황"이라며 "이번 정부 중재안에 수신료 인상 관련 범용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될 수 있는 내용이 담길 것을 기대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다른 중소 SO 관계자도 "CJ ENM은 IPTV에도 맞설 수 있는 초대형 콘텐츠 사업자로, 우리와 같은 중소 SO가 협상하기는 버거운 상대"라며 "수신료는 정체, 가입자는 이탈하는 가운데 콘텐츠 사용료가 인상되고, 또 가입자를 볼모로 콘텐츠 전송을 끊어버리는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가 적극 개입해 중재안을 마련해 주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한편 딜라이브 측은 "공식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송혜리 기자 chew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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