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아들의 경영 능력이 인정되지 않으면 주식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지난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던진 말이다.
코오롱 4세 이규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자신의 색깔 내기가 한창이지만 아직 앞날은 가시밭길 행보다. 이 회장의 아들 이 전무는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의 패션 사업 총괄 운영하는 COO다. 코오롱FnC의 최고경영자(CEO)가 없는 만큼 사실상 이 전무가 대표다.
그가 진두지휘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부문의 실적 악화가 지속되면서 '아픈 손가락'이 되고 있어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9천575억 원, 287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3%다. 겉으로 드러난 실적만 보면 코로나19 상황에서 선방한 성적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실적 대부분이 화학부문이 견인하고 있어서다.
올 3분기 화학 부문은 매출 1천546억 원, 영업이익 208억 원을 기록했다. 화학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3.4%, 전사 영업이익 중 화학 부문의 비중은 무려 72%다. 최근 자동차 소재의 회복기조, 석유수지와 필름·전자재료, 고부가 제품의 소재 경쟁력을 통해 대외 리스크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반면 이 전무가 이끄는 패션부문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영업이익을 깎아 먹는 사업이 됐다. 코로나19의 재확산에 계절적 비수기 진입 등으로 적자로 감소했다. 지난 3분기 매출과 영업손익은 각각 1천772억 원, 마이너스(-) 199억 원이다. 11.3%의 영업손실률이다.
문제는 매년 커지는 적자 폭이다. 이 때문에 패션 부문의 COO인 그의 입장으로서는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올해 패션 부문의 영업적자 140억 원은 작년 107억 원보다 33억 원 많은 수치다.
이원만 창업주의 증손자이자 이 전 회장의 장남인 그는 1984년생으로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다. 현장경험을 중시하는 코오롱의 경영수업 원칙에 따라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 공장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당시 차장으로 입사 이후 2년 뒤 코오롱글로벌 부장으로 승진했다. 이어 이듬해인 2015년 말 32세에 상무보가 됐다. 입사 4년 만에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하면서 100대 기업 임원 중 최연소자 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일각에선 이 전무가 오너 일가로 경영 평가를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코오롱에 이 전무가 보유한 주식은 없다. 실제 코오롱그룹내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차장으로 입사해 초고속 승진으로 COO라는 중책까지 맞고 있는 상황에 경영쇄신이 필요한 패션 사업이 그의 첫 경영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가 어렵게 패션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는다고 해도 승계에는 걸림돌이 있다. 지주사인 (주)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0'의 지분이 문제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 계절적 비수기 진입 및 장마 등으로 인한 패션부문의 적자가 3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며 "패션부문은 겨울 성수기 진입 및 비대면 시대 야외활동 증가로 아웃도어 시장 호황이 기대됨에 따라 4분기 실적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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