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구글이 '앱 통행세'를 확대할 경우, 국내 모바일 콘텐츠 산업 피해액이 3조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25년엔 피해액이 7조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20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구글 인앱 결제 강제 정책 확대에 따른 콘텐츠 산업의 피해 추정 및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이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유 교수는 올해 국내 모바일 콘텐츠 앱 거래액을 추정한 후, 구글이 인앱 결제 수수료 30%를 적용했을 때 발생하는 매출 감소분을 분석했다.
그 결과 올해 매출 기준으로 구글 플레이에서만 2조1천127억원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바일 콘텐츠 앱이 구글에 대응해 가격을 16.7% 인상했을 때 규모로, 가격을 동결 시 피해액수는 더 커진다.
단순 앱 사업자를 넘어, 국내 모바일 콘텐츠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다.
유 교수는 구글의 앱 통행세 확대로 모바일 콘텐츠 산업 생산 감소 효과가 2조9천40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매출 감소분에 1.4의 생산유발계수를 곱한 값이다. 생산유발계수란 특정 산업의 매출이 1일 때 관련 산업의 매출 증대치를 뜻한다. 또 연간 1만8천220명의 노동 감소효과가 있을 걸로 봤다.
국내 모바일 콘텐츠 산업이 2016년 이후 매년 10.3%씩 성장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매출 감소 효과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유 교수는 2025년 모바일 콘텐츠 앱 매출 감소액이 구글·애플을 모두 더해 5조3천62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는데, 이에 따른 산업 전체 생산 감소 효과는 7조5천억원에 달한다.
유 교수는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 변화가 대기업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나,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피해가 더 클 것"이라며 "또 콘텐츠 가격이 16.7% 인상될 경우, 볼 수 있는 콘텐츠 수가 줄어들어 소비자 잉여 역시 1천76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피해액은 굉장히 보수적으로 추정한 수치"라며 "카드 수수료와 같이 정부가 개입해 중소기업과 소비자의 고통을 줄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웹툰 작가 일자리 잃고, 콘텐츠 서비스 줄도산"
이날 토론회에선 콘텐츠 업계도 적극 목소리를 개진했다.
웹툰 '독고'의 오영석 작가는 "창작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은 구글이 매출의 30%를 가져가면 콘텐츠 가격이 올라갈 텐데, 소비자는 무제한 비용을 늘리지 않는다"라며 "결국 인기작가와 팔리는 작품 위주로 웹툰 시장이 돌아가 수십만명의 웹툰 지망생과 신인 작가는 갈 데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동희 한국저작권위원회 선임연구원 역시 "음원 전송서비스의 경우 매출의 65~70%는 권리자 몫이고, 서비스 사업자는 30~35%를 가져가 네트워크 유지비용과 결제수수료 등을 낸다"라며 "여기서 구글이 30%를 가져가면 서비스 사업자는 네트워크 유지 비용도 낼 수 없어 존폐위기에 내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의 앱 통행세 확대 시, 콘텐츠 수익 배분 구조 상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단 뜻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구글의 앱 통행세 확대 방지에 나서야 한단 목소리도 높았다. 더욱이 국회의 '구글 갑질 방지법' 마련이 지지부진한 만큼,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발제를 맡은 신영수 경북대 교수는 구글 앱통행세 확대는 현행 공정거래법과 약관규제법으로도 제재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공정거래법을 보면 독과점적 사업자가 가격을 올렸을 때 문제 삼는 조항이 있다"며 "다른나라와 달리 가격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있어 구글의 30% 수수료율에 이를 적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약관규제법은 실제 시행되지 않은 계약서 초안도 불공정성 심사 판단 대상이므로, 앱 통행세 확대 전인 현재도 공정위가 구글을 조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역시 정부의 소극적 대응을 꼬집었다. 그는 "국회 입법 과정에 많은 비판이 있는데,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상대적으로 낮은 것 같다"며 "특히 공정위는 시장 획정이 어려운 국내 플랫폼 대상 규제법은 내놓으면서 글로벌 기업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대하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윤지혜 기자 jie@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