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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vs 친원전] 文 vs 尹의 ‘치킨게임’…산업부 직원 3명 구속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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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공무원이 무슨 죄” vs “상부 지시 있다고 해도 공문서 삭제는 잘못된 일”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4일 오후 대전지법에서 월성 1호기 원전 조기폐쇄 관련 문서를 삭제하거나 이를 방임한 혐의 등으로 산업통상자원부 담당 국·과장 등 3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된다.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탈원전과 친원전 세력 간 이른바 ‘치킨게임(어떤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하는 상태에서 한 치의 양보 없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부터 탈원전을 둘러싸고 논란과 갈등의 골은 깊었다.

최근 감사원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감사와 관련해 “경제성 평가를 불합리하게 낮게 책정됐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논란과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감사원이 불을 질렀고 현재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면서 논란은 '치킨게임'으로 확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3일 정부세종청사 공무원 사이에 초미의 관심사는 ‘산업부 공무원 구속영장’ 이슈였다. 아침 출근길에서도,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서도 서로 서로 “과장과 서기관이 무슨 잘못이 있어 구속까지 당해야 하느냐” “정부가 주요 정책으로 밀어붙이는 일을 일개 직원이 무슨 힘이 있겠느냐”는 하소연이 쏟아졌다.

한 중앙부처의 고위 관계자는 “직원들이야 위에서 시키면 거부할 수 없는 게 현실이지 않으냐”며 “담당 공무원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상황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이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정부가 하는 주요 정책에 선뜻 나서려는 공무원이 없지 않겠느냐”도 반문했다.

대부분 ‘안타깝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일각에서는 “아무리 위에서 지시한다고 해도 공문서를 삭제하고 방임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끝까지 윗선의 지시에 맞싸움하기에는 역부족이었겠는데 그렇다고 범죄까지 이어질 수 있는 행위를 한 것을 두고 지나친 행동이었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정책 수사에 정면 도전장을 던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윤 총장은 직무에 복귀하자마자 대전지검에서 보고한 월성 원전 관련 공무원 구속영장부터 빠르게 승인했다. 원전 폐쇄 등 탈원전 정책은 문재인정부의 주요 공약사항이다.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윤 총장의 구속영장 승인은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산업부 공무원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산업부 공무원 3명 구속영장에 이어 당시 산업부 장관이었던 백운규 전 장관이 소환 조사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채희봉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조사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 국·과장에서부터 시작된 구속 수사가 점점 그 영역을 청와대로 몰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세종청사 공무원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청와대에서 산업부 장관에게 주문했고 산업부 장관이 국장에게, 국장이 과장에게, 과장이 담당 사무관으로 이어지는 업무 흐름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거꾸로 올라가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수사의 최종 도착지는 청와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검찰은 산업부 공무원 3명의 구속 이유에 대해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직전인 2019년 11월쯤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하거나 이를 묵인·방조한 혐의라고 적시했다.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감사원법 위반·건조물 침입 혐의라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2일 오전 감사원 감사관과 면담이 잡히자 담당 산업부 공무원은 1일 늦은 밤 11시쯤 정부세종청사 사무실에서 약 2시간 동안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444건을 지웠다고 감사원 측이 밝혔다.

검찰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두고 산업부에서 시작해 청와대로 수사 영역을 뻗어 나가는 사이 법무부는 내일(4일) 윤석열 총장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징계위 결과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할지 눈길을 끈다. 윤석열 총장 임명권자는 문 대통령이다. 해임 등 징계 결과를 승인하는 것도 문 대통령 몫이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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