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검찰의 검(劍)이 월성 1호기라는 수사를 통해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4일 밤늦게 월성 1호기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관련 자료를 삭제한 산업통상자원부 국·과장, 서기관 3명 중 2명은 구속되고 1명은 영장이 기각됐다. 대전지방법원은 범행을 부인하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산업부 국장과 서기관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과장에 대해서는 범죄 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염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들 3명은 이날 오후 대전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산업부 공무원 3명은 이날 오후 2시 30분 대전지방법원 301호 법정에 변호인들과 함께 출석해 심사를 받았다. 약 5시간 정도 긴 공방을 벌인 끝에 이날 오후 7시 20분쯤 영장실질심사가 끝났다.
산업부 공무원 2명이 구속되면서 월성 1호기 관련 검찰 수사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무 국장과 서기관을 구속하면서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이들이 조직적으로 윗선의 지시를 받았는지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된 업무 흐름을 타고 올라가면서 점차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청사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지 않았겠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444개의 관련 자료를 삭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검찰의 칼날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당시 핵심 인물로 꼽히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으로 향했다.
이르면 다음 주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을 상대로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실무진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한 것은 없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구속된 2명의 공무원에 대한 보강 수사를 통해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로 말이 다를 경우 구속된 공무원과 대질신문까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검찰 수사에 앞서 감사원이 월성 1호기에 대해 “경제성 평가를 불합리하게 낮게 책정했다”는 결과와 그 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삭제한 산업부 공무원을 고발한 바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원전 폐쇄 등 탈원전은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인데 검찰이 이번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청와대를 겨냥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배제 됐다가 서울행정법원이 집행정지 명령 효력 임시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복귀하자마자 산업부 해당 공무원의 사전 구속영장부터 승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한편 이날 구속된 산업부 공무원 2명 등은 지난해 12월 2일 오전 감사원 감사관과 면담이 잡히자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444건을 지운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난 바 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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