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올해로 취임 2년차를 맞은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와이파이 모듈 같은 비주력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성장이 기대되는 반도체 기판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반도체 패키징 기판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생산 확대를 위해 1조원 규모의 공장 증설을 검토 중이다. 공장 증설 부지로는 국내 세종과 부산, 베트남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반도체 공급난이 지속되며 기판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그 중에서도 FC-BGA는 인텔과 AMD가 기판 업체에 줄을 설 정도로 주가가 치솟고 있다.
FC-BGA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칩 패키징에 활용된다. 전기차, 인공지능(AI) 등 고성능 칩 수요가 늘면서 FC-BGA가 부족해졌다.
삼성전기의 올 상반기 기판 매출은 9천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1% 증가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서버, 네트워크용 FC-BGA에 대해서는 대면적·고다층 사양에 대한 핵심 요소 기술을 지속 개발하고 있으며, 다수의 고객으로부터 참여 요청을 받아 적극적으로 제품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며 "향후 고객 수요에 적기 대응하기 위해 FC-BGA 사업 규모를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도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5G 안테나용 고다층 기판, 박판 CPU용 패키지기판 등 고부가품 중심으로 제품 조합을 개선하겠다"며 "증가하는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해 시장 성장을 초과하는 성장률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기는 간판 사업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의 경우 전장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삼성전기는 최근 자율주행차의 필수 안전운행 시스템인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탑재되는 전장용 MLCC 2종을 개발했다. MLCC는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제어하는 전자기기내 핵심 부품이다.
삼성전기는 이들 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비주력 사업 정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기는 한화솔루션에 와이파이 모듈 사업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1월 켐트로닉스 자회사 위츠에 이를 매각하려다 불발됐지만 곧바로 재매각에 나선 셈이다.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등에 쓰이는 경연성인쇄회로기판(REPCB) 사업도 정리 대상이다. 중국 업체들이 REPCB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삼성전기는 이 사업 철수를 추진 중이다.
이밖에도 삼성전기는 2019년엔 패널레벨패키지(PLP)사업을 삼성전자에, 같은 해 무선충전 관련사업을 켐트로닉스에 매각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가 필요치 않은 사업을 매각하고, 여기서 확보된 자금으로 반도체 기판 등에 투자할 재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사업 재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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