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부당합병 관련 재판에 출석한 증인들이 검찰의 주장을 연이어 부인하면서 검찰이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있다. 17~18차 공판에서도 증인으로 출석한 삼성증권 직원 강 모 씨가 제일모직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없다고 일관적으로 증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14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18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지난 17차 공판에 이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이뤄진 제일모직 자사주 매입에 대한 변호인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증인으로는 검찰이 제일모직 자사주 매입에 관여했다고 보는 삼성증권 직원 강 모씨가 지난 공판에 이어 출석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강 씨에게 "7월24일 자사주 매입 호가창의 일부이며, 직전가대비 1천500원이나 낮은 17만3천500원에으로 주문을 냈는데 제일모직 주가는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17만5천원으로 올랐다"며 "삼성 증권 직원들은 단지 주가의 흐름에 따라 자동주문을 제출한 것일 뿐이지 않냐"고 질의했다.
이와 관련해 강 씨는 "그렇다"며 "주가는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없다"고 답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17차 공판에서 2015년 7월 중 강 씨와 제일모직 직원의 통화 녹취록, 당일 삼성증권의 제일모직 자사주 주문 매입 기록을 증거로 내놨다.
검찰은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증인이 오전에 일단 올려야 겠다며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내용의 말을 했다"며 "통화를 마친 뒤 10시20분부터 삼성증권은 7분 동안 4차례의 주문을 넣었고 그 결과 주가가 2천원이 올랐다"고 지적했다.
강 씨는 "주문들을 살펴보면 19주, 20주 이런식인데 이것은 프로그램에서 낸 주문 같다"며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부른 증인들은 이처럼 검찰의 주장을 부인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하고 있다.
지난달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파견 근무를 한 삼성증권 최 모씨에 대한 증인신문도 검찰의 의도대로 풀리지 않았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에피스 나스닥 상장 추진이 주가 부양을 위한 허위정보 유포로 판단하고 있다. 삼성은 2015년 6월 합병안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 한 달 전 제일모직의 손자회사인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증인 최 씨는 "상장은 짧으면 6개월, 길게는 2년 이상이 걸린다"며 "주가 예측은 신의 영역"이라고 반박했다.
또 재판 첫 번째 증인이던 전 삼성증권 팀장 한 모씨와 두 번째 증인이던 한 씨의 부하직원 이 모씨 역시 검찰 측과 전혀 다른 증언을 내놨다.
검찰은 삼성물산 합병 준비 과정부터 시행까지 일련의 과정을 이들에게 캐물었지만 이들은 "정확히 모른다"거나 대부분의 질문과 다른 방향으로 답변을 내놨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재판에 출석한 증인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은 법에 따라 산정했고, 주가 부양 등 특정 기업가치 부풀리기 등이 불가능했다는 점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검찰이 공소 사실에 대한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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