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부당합병 의혹 재판에서 삼성이 요구한 합병비율을 맞추지 못해 삼성물산 간부로부터 질책을 받았다는 회계사의 증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은 삼성이 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위해 외부 회계법인에 검토 보고서를 의뢰했는데, 이 과정에서 삼성의 요구대로 보고서가 작성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 측은 회계사의 증언이 일관되지 못하며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20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29차 공판을 진행했다.
29차 공판엔 전 딜로이트안진(안진) 회계법인 직원 오 모 씨가 지난 28차 공판에 이어 출석했다. 검찰은 오 씨가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에 관여한 인물로 보고 있다.
이날 재판은 이 부회장 변호인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 부회장 측은 삼성이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에 압박을 가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담긴 검찰의 조서를 증인에게 제시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증인이 검찰에 진술한 내용을 보면 '2015년 5월21일경에 삼성물산의 우 모 부장이 언성을 높이면서 주가 수준에 맞는 기업가치를 왜 못만들어내냐 강하게 질책을 했다. 어쩔 수 없이 삼성물산 가치를 축소하고 제일모직 가치를 올려 합병비율에 맞는 기업가치 숫자를 만들어냈다'고 진술했다"며 "맞냐"고 물었다.
오 씨는 "시장에서 합리적인 주가가 있는데 이런 보고서는 필요없다는 취지로 얘기한 거 같다"고 답했다.
통상 상장사 간 합병비율은 일정 기간 주가 평균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합병 과정에서 합병비율 적정성 검토 보고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삼성이 제일모직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시점 즉 '제일모직 주가는 고평가, 삼성물산 주가는 저평가' 된 시기를 골라 합병을 진행했기 때문에 합병비율에 대한 이의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예상, '합병비율은 적정하다'는 외부 기관의 평가보고서를 받아두려 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안진과 삼정 회계법인은 당시 합병비율이 적정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변호인은 "따옴표로 기재했다"며 "정확하게 답해달라"고 질의했다. 오 씨는 "저 상황에서 기억이 혼재된 채 대답을 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저 진술이 잘못됐단 것이냐"며 "2회차 조서는 제가 알기로 10시간 이상 조사를 받았는데 27페이지 분량밖에 되지 않고, 이는 그만큼 축약되고 정제된 내용이 담겼다는 것인데 조사 받은 상황이 기억이 안나냐"고 물었다.
오 씨는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 변호인이 이미 답한 내용을 재차 질의하며 증인에게 원하는 답변을 유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기억이 혼재되서 답했다고 하는데, 같은 질문을 계속 묻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이 부분이 중요한데 증인의 신빙성 부분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