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지난해 공급 부족 사태에 시달렸던 반도체 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5천억 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미국 애플이 전 세계 반도체 '구매왕' 자리를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폰12'와 '아이폰13'이 연이어 흥행한 덕분이다.
3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지난 1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한 해 동안 반도체 구매에 682억6천900만 달러(약 83조원)를 지출했다. 이는 2020년(541억8천만 달러)보다 26% 늘어난 액수로, 메모리 반도체에는 36.8%, 비메모리 반도체 칩에는 20.2%의 지출을 늘렸다. 애플의 반도체 구매 점유율은 11.7%다.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3년 만에 미국 인텔을 제치고 매출 기준 1위에 오른 삼성전자는 반도체 구매 액수에서도 높은 순위인 2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작년 한 해 동안 반도체 구매에 지출한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28.5% 늘어난 457억7천500만 달러(약 55조원)로, 점유율은 7.8%다. 지출은 비메모리에 23.9%, 메모리에 34.1%를 늘렸다.
이처럼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가 구매도 많이 하는 이유는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 완성품을 제조하고 있어서다. 가트너는 "반도체 부족 현상과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비용 증가 영향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관련) 지출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3위와 4위는 중국 레노버와 BBK일렉트로닉스가 차지했다. 레노버는 252억8천300만 달러, BBK일렉트로닉스는 233억5천만 달러로 각각 32.9%, 63.8% 급증했다.
이어 5위는 미국 델(210억9천200만 달러·25.4%)이, 6위는 샤오미(172억5천100만 달러·68.2%)가 차지했다.
반면 2020년 애플과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반도체를 많이 구매했던 중국 화웨이는 전년 대비 32.3% 감소한 153억8천2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7위로 떨어졌다.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아 칩 구매에 어려움을 겪은 탓이다.
가트너는 "삼성전자와 애플은 2011년부터 양강 체제를 유지했다"며 "화웨이가 3위에서 7위까지 추락했지만 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그 자리를 채우며 전체 반도체 지출도 커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5천835억 달러(약 702조5천340억원)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5천억 달러를 돌파했다.
가트너는 "2025년께 반도체 공급 과잉 위험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코로나19 대유행이 디지털화를 가속화시켜 반도체 매출 시장이 오는 2030년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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