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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러시아서 제품 판매 중단한 애플, 삼성전자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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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러시아' 움직임에 압박 커…FDPR 여파로 수출 타격 시 中에 시장 뺏길 수도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애플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 내 모든 제품 판매를 전면 중단키로 하면서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대(對)러시아 수출통제 조치인 '해외직접제품규제(FDPR)' 여파로 수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 속에 삼성전자도 만약 제품 판매가 어렵게 되면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이 빠르게 현지 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1일(현지시간) 애플은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에서 자사 제품 판매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러시아 전역에서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를 제한하고, 앱스토어에서 러시아 매체인 러시아투데이(RT)와 스푸트니크의 뉴스 다운로드도 차단했다.

RT와 스푸트니크는 러시아 정부의 선전 수단으로 러시아의 침공을 지지하는 정보들을 확산시키고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데에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앞서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플랫폼스도 유럽연합(EU) 전역에서 RT와 스푸트니크의 페이스북 계정을 차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가 지난달 26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팀 쿡 애플 CEO를 향해 "앱 스토어를 봉쇄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페도로프 부총리는 러시아에서 애플 제품 판매와 앱스토어 서비스를 멈춰달라는 서한을 애플 측에 보낸 바 있다.

이에 애플은 미국 내 기업의 러시아 수출 제재 품목에 빠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이 결정했다. 애플은 판매 중단에 앞서 지난주 러시아 유통망으로의 수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애플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깊이 우려하며 폭력으로 인해 고통받는 모든 사람의 편에 설 것"이라면서 "우리는 인도주의적 노력을 지지하고 난민 위기에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상황을 계속 평가하고 관련국들과 소통할 것"이라면서 "평화를 원하는 전 세계 모든 이와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

애플 팀쿡 CEO [사진=애플]
애플 팀쿡 CEO [사진=애플]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이 러시아에 경제 제재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기업들도 잇따라 '탈(脫) 러시아'를 선언하는 가운데 나왔다.

실제로 월트디즈니와 소니픽처스는 러시아에서 영화 개봉을 중단키로 했으며 워너브라더스는 이번 주 예정됐던 영화 '더 배트맨'의 러시아 개봉을 취소했다. 영국 에너지기업 쉘은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기업 가즈프롬과의 합작사업을 중단키로 했고, 노르웨이 에너지회사 에퀴노르도 러시아 합작법인 지분 처분 및 신규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자동차 회사들도 러시아를 떠나고 있다. 독일 다임러트럭은 러시아 카마즈에 부품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다임러트럭의 부품을 써서 카마즈가 러시아 군용차를 제조한다는 비판이 나와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보유하고 있는 카마즈 지분(지분율 15%)을 처분해야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스웨덴 볼보도 당분간 러시아에서의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아우디 등의 러시아 판매를 중지했고, 프랑스 르노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의 생산공장을 폐쇄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할리데이비슨도 러시아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의 '탈 러시아' 움직임이 이어지자 삼성전자는 매우 난감해 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말 기준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14.7%)보다 2배 이상 높은 34.5%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제품 판매 중단 시 애플보다 타격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또 현지 시장 2위인 샤오미(28.1%)를 비롯한 리얼미, 아너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이를 기회로 점유율을 대폭 확대할 가능성도 높아 애플처럼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를 유심히 살펴보며 내부적으로 검토는 하고 있는 듯 하다"면서 "아직까지 결정된 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우리나라 정부가 미국 측과 만나 FDPR 면제와 관련해 협상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면 스마트폰 수출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높다는 점도 위험 요소다. 한국은 미국의 우방국이지만 유럽연합(EU)과 일본, 호주 등 32개국과 달리 FDPR 면제 대상국에 제외된 상태다. 이에 한국이 미국산 기술을 이용한 제품을 러시아에 수출할 땐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해 독자 제재를 하는 면제 대상국에 비해 경영상 불확실성이 더 크다.

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FDPR 면제를 받지 동시에 전자제품·자동차 등 소비재까지 FDPR를 적용받는 것"이라며 "스마트폰에 FDPR가 적용되면 수출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제재가 시행되면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들을 러시아로 수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미국 반도체 설계 기술이 적용되는 만큼 수출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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