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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에서 깨어난 ‘이대녀’, 민주·진보 진영 새 희망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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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초박빙 대선 주역으로 평가…민주당·정의당 입당, 후원 이어져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장(오른쪽)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장(오른쪽)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이른바 ‘이대녀(20대 대학생 여자를 지칭하는 속어)’ 계층이 제20대 대선에서 초접전 양상을 만든 주역으로 평가받으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선거 직전 여론조사에서까지 뚜렷한 지지 성향을 드러내지 않던 20대·30대 여성들이 ‘이대남(20대 대학생 남성을 지칭하는 속어)’에 대항해 결집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정치권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대녀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이다.

지난 9일 대선 투표 당일에 발표됐던 방송3사(KBS·MBC·SBS) 출구조사 결과 20대 여성의 58%, 30대 여성의 49.7%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경쟁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선택했다. 윤 당선인은 당시 이 후보에 비해 20대 여성에서는 33.8%, 30대 여성에게는 43.8%를 얻으며 이 후보의 성적에 크게 못 미쳤다.

이같은 결과는 리얼미터가 지난달 28일~지난 2일까지 실시한 대선 전 마지막 여론조사(표본오차 ±1.8%포인트, 신뢰수준 95%)결과와 대조를 이뤘다. 해당 조사에서 이 후보에 대한 20대 여성의 지지율은 39%, 30대 여성의 지지율은 38%에 불과했다. 결국 대선투표 전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소위 ‘깜깜이 기간’ 동안 20대, 30대 여성의 총결집 현상이 벌어지면서 최종 득표율 0.73% 차이의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대선 전후로 드러난 이대녀들의 표심 변화에는 이준석 대표와 국민의힘 일각에서 주도한 ‘이대남 대변 전략’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이 대표는 윤 당선인의 선거운동 기간 동안 끊임없이 이대남을 대변하는 발언으로 주목을 끌었으며,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7일 SNS를 통해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문구를 내걸었고,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을 통해 여가부 폐지 공약을 공식화했다. 급기야 이 대표는 대선 이틀 전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여성의 투표 의향이 남성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며 여심을 자극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10일 오전 국회 정의당 대표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정의당 선대위 해단식에서 류호정, 장혜영 의원들과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10일 오전 국회 정의당 대표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정의당 선대위 해단식에서 류호정, 장혜영 의원들과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이 대표와 국민의힘에 대한 반감과 이로 인한 이대녀의 결집 현상은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선 직후인 10일부터 이틀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에 약 1만 1천여명이 온라인으로 입당했으며 이중 여성이 80%에 육박하고 특히 2030 여성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친 여성주의를 내세우며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던 심상정 대선후보와 정의당에는 대선 개표 전후로 12억원의 후원금이 입금됐다. 대선 투표 당일부터 이대녀의 비율이 높은 온라인 커뮤니티 ‘여성시대’ 등지에서 심 후보에 대한 후원 인증이 쏟아졌으며, 이를 두고 박원석 정의당 공보단장은 10일 SNS를 통해 “눈물을 머금고 최선이 아닌 차악을 찍어야 했던 2030여성들의 심 후보에 대한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후원이 쇄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낙선이 확정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0일 새벽, 대선 낙선이 확정된 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도착해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낙선이 확정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0일 새벽, 대선 낙선이 확정된 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도착해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이같은 이대녀의 움직임에 여가부 폐지 등 이대남 중심의 정책 방향을 고수하던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서초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조은희 당선인은 11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여성이 아직도 도움이 필요하고 여성의 안전이나 또 저출산 문제나 또 가족의 문제를 어느 부서에서는 해결해야 된다”며 “(여가부의) 이 기능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해서 제대로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이런 것이 저의 소신”이라고 밝혔다.

김기현 원내대표 역시 같은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여가부 폐지 문제와 관련해 “단순하게 여성가족부를 폐지한다는 문제가 아니라 그 문제를 다시 다른 방법으로 좀더 여성의 문제에 대해서 별도로 제대로 된 역할 할 수 있는 기구를 통해서 하게 하고, 그 대신에 공정한 경쟁이나 시스템을 보장한다는 전제하에서 문제를 접근해야 된다 이런 콘셉이라고 이해해 달라”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 선거운동 기간 동안 이 후보의 선대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박지현 활동가를 비대위원으로 합류시킬 가능성을 내비쳤다. 박 부위원장은 지난 2019년 N번방 사건 당시 ‘추적단 불꽃’으로 활동하며 잠입 취재를 통해 N번방의 정보를 주요 언론사와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활동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이대녀 결집 현상을 통해 6월 지방선거 등 향후 정국에서 재역전 구도를 준비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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