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코로나19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여러 악재 속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가 올해 1분기에 실적 신기록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프리미엄 생활가전·TV 판매 호조, 거래처 다변화를 통한 안정적인 부품 공급 효과 등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는 이날 오전과 오후에 각각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다. 잠정 실적은 회계 결산이 끝나기 전 투자자들의 편의를 돕는 차원에서 제공하는 수치로, 사업 부문별 실적 등 구체적인 내용은 이달 말께 공개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매출 75조823억원, 영업이익 13조283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92%, 39.65% 증가한 수치다. 순이익도 1분기 9조8천927억원으로 39.48%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이 70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분기는 통상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통상적인 부품업계의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이번에는 역대급 성과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73조9천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3개 분기 연속 분기 매출 70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지금까지 1분기 기준 실적이 가장 좋았던 때는 지난해 1분기로, 매출액은 65조3천885억원, 영업이익은 9조3천829억원이었다.
삼성전자가 여러 악재 속에서도 이번에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자, 업계에선 연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1분기 동안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감소, 파운드리 수율 및 엑시노스 논란, 스마트폰 'GOS(게임 최적화 서비스)' 문제 등의 여파로 골머리를 앓았다. 하지만 업계에선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매출액 300억원, 영업이익 60조원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반도체 가격의 하락폭이 우려했던 것보다 적었던 데다 스마트폰·가전 수요가 지속되면서 사업 부문 전반이 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라며 "스마트폰 실적 호조가 모바일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디스플레이 사업의 실적 증가로도 이어진 것이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GOS 논란'으로 스마트폰 신뢰도가 하락했다는 평가 속에서도 '갤럭시S22' 시리즈가 전작보다 2주나 빠른 속도로 국내서 출시 43일만에 판매량 100만 대를 넘어선 것은 고무적이란 평가다. 지난 2019년 출시돼 역대급 흥행 기록을 세운 '갤럭시S10(47일)'보다도 나흘 앞선 결과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1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수요는 약 350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400만 대)에 비해 10% 이상 역성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갤럭시S22' 시리즈는 초기 흥행이 이어지며 '순항'하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출하량이 17% 증가하고, 고가폰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이익률 개선이 기대된다"며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 부문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49% 증가한 4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역시 파운드리 수율 문제, 엑시노스 논란 속에서도 1분기 동안 호실적을 이끈 것으로 평가된다. 우려했던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폭이 예상보다 적었던 덕분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분기 D램과 낸드의 출하량 증가율(bit growth)은 모두 한 자릿수 초반의 감소세를 기록할 것이란 기존 예상과 달리 각각 보합, 3% 증가했다"며 "기존 예상보다 양호했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 등 글로벌 주요 낸드 제조사들의 공장 가동중단 이슈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또 부품 수급 이슈 장기화에 따라 반도체 가격 반등 시점이 더욱 앞당겨질 것이란 예상도 있다. 이에 하반기 역시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는 D램 신제품 'DDR5' 공급 본격화와 'DDR3' 등 기존 제품의 생산량 조절 등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며 "서버용 D램의 견조한 수요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서비스 가격 인상 흐름 등도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의 이 같은 전망 속에서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1분기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6일 주식시장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01% 내린 6만8천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20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는 등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는 1분기 내내 하락해 충분한 조정을 거쳤다"며 "반등은 2분기 D램 고정가격 하락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미국 월풀을 제치고 처음으로 글로벌 가전업계 매출 1위 자리를 꿰찬 LG전자도 올해 1분기에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생활가전과 TV 판매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특히 북미 지역의 가전 교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매출 성장률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LG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8% 늘어난 19조8천996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1분기 종전 최고 매출 기록인 전년 18조8천95억원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또 역대 분기 기준 최대였던 지난해 4분기(21조87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가전과 TV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며 "원가 상승 요인이 있지만 프리미엄 제품의 경쟁력을 통해 판가에 전가돼 LG전자의 1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6% 감소한 1조3천559억원, 순이익은 8.87% 줄어든 9천9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에서 공급망 교란이 발생해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급등한 것이 수익성에 타격을 줬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적으로 원자재 등의 인플레이션이 커지면서 제조사에 실리는 부담이 배가 됐다"며 "LG전자는 물론 삼성전자도 러시아에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이어서 생산 차질은 물론 인근 지역 납품 지연, 루블화 폭락에 따른 환차손 등의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LG전자는 그동안 적자 누적으로 영업이익 성장에 부담을 주던 모바일 사업, 태양광 셀·패널 등을 정리하면서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은 높다. 또 '만년 적자' 전장(자동차 전기장치) 사업의 조기 실적 정상화를 실현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시장에선 LG전자가 올해 매출 80조3천592억원, 영업이익 4조7천211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H&A(생활가전) 사업본부 매출은 프리미엄과 신가전을 중심으로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전년 대비 16.2% 증가할 것"이라며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 매출도 OLED TV 판매가 뛰면서 전년보다 12.3%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용 증가가 가전과 TV 부문의 수익성에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H&A와 HE 부문의 높은 매출 증가가 원가 상승을 상쇄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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