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국내외 증시 부진으로 기업공개(IPO) 시장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지만, 비상장 기업들의 IPO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범한퓨얼셀이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선방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실적 대비 높은 공모가를 희망했던 상반기와는 달리 하반기에는 기술력이 입증되고, 실적 전망이 양호해야 증시 입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범한퓨얼셀은 지난 2~3일 이틀간 진행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751.3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0620da3e12b452.jpg)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6개사가 상장을 철회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코스닥 시장에서는 쓰리디팩토리, 트레져헌터, 큐알티 등이 상장 일정을 취소했다.
앞서 올해 초 IPO 대어로 꼽혔던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철회를 시작으로 대명에너지, 보로노이 등이 잇따라 철회했다. 지난달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 대명에너지는 공모가 밴드를 기존 대비 40% 낮춰 재상장을 추진했다.
예비심사를 신청한 이후 청구를 철회한 기업도 적잖다. 퓨처메디신, 애니메디솔루션, 드림인사이트 등 올해 들어서만 12개사에 달한다.
올해 들어 주식시장 조정이 지속되면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원하는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기 어려워졌다. 미국의 긴축 기조가 이어지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도 장기화해 위축된 투자심리가 IPO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수소 연료전지 기업 범한퓨얼셀이 지난 2~3일 이틀간 진행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선방하는 결과를 보였다는 평가다. 이날 진행한 수요예측에는 992개 기관이 참여했는데, 이 중 85%가량이 공모밴드 상단 이상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률은 751.39대 1을 기록했으며,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인 4만원으로 결정됐다.
범한퓨얼셀의 높은 기술력이 투자 매력으로 작용했다는 판단이다. 범한퓨얼셀의 금속분리판 기술로 생산한 연료전지는 경쟁업체가 모방 불가한 내충격성과 안정적 성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범한퓨얼셀은 고분자 전해질막(PEMFC) 연료전지의 경쟁력으로 독일의 지멘스에 이어 세계 2번째로 잠수함용 연료전지 상용화에 성공했다.
하반기에도 다양한 기업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기술력이 입증되고, 견조한 실적 흐름을 보이고 있는 기업이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달 말 기준 54개의 기업이 상장 예비심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수요예측을 통해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은 17개사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상반기 IPO 분위기가 아직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계열의 상장이 용이한 편"이라며 "기존에 잘됐던 바이오나 유통플랫폼 등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레이저쎌, 대성하이텍 등을 주목하고 있다. 독보적인 사업모델을 갖췄고, 경쟁자가 적은 영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다.
레이저쎌은 에어리어 레이저(Area Laser) 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후공정 장비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이다. 레이저쎌은의 면·레이저 리플로우 장비는 점(Spot)이 아닌 면(Area)으로 레이저를 내리쬐면서도, 동일한 레이저 빔의 균일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녔다.
기존 제조 공정을 대체할 수 있는 높은 기술력과 글로벌 탑 티어(Top-tier) 제조 기업들을 고객사로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공모가는 일반적인 정보기술(IT) 장비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적용됐다는 분석이다. 레이저쎌은 현재 소부장 특례 상장 절차를 통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레이저쎌은 면광원 레이저 기술 기반으로 본격적인 실적 성장이 예상된다"며 "제품군 고도화와 글로벌 파트너사 추가 확대로 지속적인 성장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성하이텍은 초정밀부품과 여기에 사용되는 스위스턴(Swissturn) CNC 자동 선반 등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이다. 스위스턴 CNC 자동선반은 전 세계에서 10곳밖에 생산하지 못할 만큼 진입장벽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4년에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납품 고객사였던 CNC 자동 선반 메이커 노무라 VTC(현 노무라 DS)를 인수해 외형을 확장했다. 작년에는 완성기 수출 호조로 창업 이후 최초 별도기준 매출액 1천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유경하 연구원은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활동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적자 전환했으나, 작년에는 CNC 자동선반 수출 국가 수가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며 "올해는 초정밀부품 신규품목 납품, 컴팩트 머시닝센터 규모의 경제 확보 등을 통해 20% 내외의 외형 확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정삼 기자(js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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