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한국, 미국, 대만 등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나서자 일본 캐논이 총 500억 엔(약 5천억원)을 들여 반도체 노광장비 신공장 건설에 본격 나선다. 그동안 ASML에 밀려 크게 주목 받지 못했지만 이번 대규모 투자를 통해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는 한편, 차세대 장비와 기술 개발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캐논은 내년에 도치기현 우쓰노미야 공장 내 7만㎡ 부지에 반도체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신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최첨단 미세공정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노광'은 반도체 웨이퍼에 빛으로 회로를 새기는 작업이다. 반도체 노광 장비 제조업계에서 캐논의 점유율은 30%로, 네덜란드 ASML(60%)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캐논은 현재 일본 내 우쓰노미야 사업소와 아미 사업소 두 곳에서 노광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이 중 우쓰노미야 사업소 내 공터에 신규 공장을 지어 오는 2025년에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산 능력은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캐논이 공장을 신설하는 것은 21년 만으로, 향후 늘어나는 수요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캐논은 올해 반도체 노광장비 판매 대수를 지난해보다 29% 증가한 180대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최근 10년 사이 4배 증가한 규모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점차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효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5천억 달러(약 709조원)를 넘어섰고, 2030년에는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캐논은 공장 신설과 함께 저비용으로 첨단 미세 회로를 형성할 수 있는 차세대 장비와 기술 개발도 진행해 1위인 ASML 추격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ASML은 최첨단 반도체 제작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공정 기술을 독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캐논은 '나노 임프린트'이라는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장비 개발도 추진한다. 도장을 찍듯이 웨이퍼 위에 회로를 찍어내는 기술로, 기존보다 노광공정이 단순해 낮은 비용으로 미세회로를 새길 수 있다. 기술 개발은 캐논이 주도하며 키옥시아, 대일본인쇄 등도 협력에 나선다. ASML의 EUV 노광장비가 1대당 200억 엔(약 2천억원)에 달하는 데다 소비 전력이 큰 반면, '나노 임프린트' 노광장비는 제조 비용이 최대 40%, 소비전력이 90%가량 줄어든다는 점에서 경쟁력 있다고 캐논 측은 평가하고 있다.
닛케이는 "일본에서도 반도체 산업 기술혁신을 바라본 투자가 본격화하고 있다"며 "캐논이 나노 임프린트의 판매를 확대해 ASML의 시장지배력을 무너뜨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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