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윤석열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여야가 국감장 등에서의 막말, 허위사실 유포 등을 이유로 상대 정치인들에 대한 제소·고발을 남발하고 있다. 양당의 막말 공방전 속에 민생·정책 논의는 뒷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의당은 지난 13일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국회 윤리특위(윤리위)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징계요구서를 제출했다. 권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의 사퇴를 종용하며 "차라리 혀 깨물고 죽지"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대표로 징계안을 제출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권 의원의 발언은 명백한 폭언이자 인신공격"이라며 "국회 차원의 징계로 다시는 폭력이 행사되어선 안 된다는 분명한 전례를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권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다. 권 의원은 같은날 과방위 국감에서도 MBC를 "민주당 방송"이라고 표현하다 정청래 과방위원장의 제재를 받았다. 정 위원장이 권 의원에게 "혀 깨물고 죽으라는 게 잘됐습니까"라고 지적하자 권 의원은 "잘된 발언입니다. 왜!"라고 다시 맞받았다.
민주당은 같은날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창현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했다. 정 위원장의 식민사관 발언(지난 11일)과 윤 의원의 이스타항공 의혹 발언 때문이었다.
윤 의원은 지난 4일 정무위원회(정무위) 국감에서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의혹에 양기대·이원욱 민주당 의원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제기해 두 의원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또한 양 의원은 13일 국감에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게 "왜 이렇게 질척거리냐"고 발언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전 위원장이 "수치심을 느낀다"며 사과를 요구하자 윤 의원은 "더 이상 (발언이 왜곡돼) 확장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에 대해서도 고발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종북 본성을 드러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으로 민주당 측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이에 환노위 국감이 두어 차례 파행을 겪기도 했으며 김 위원장이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설명할 기회를 드려야 한다"고 옹호했으나 김 위원장은 다음날에도 문 전 대통령에 대해 "여전히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13일 라디오 인터뷰)"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국민의힘도 막말 제소에 가세했다. 국민의힘은 14일 방산업체 주식 보유 문제로 논란이 된 이재명 대표와 함께 김교흥·노웅래·주철현 민주당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했다. 각각 "버르장머리가 없다(지난 4일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에게)", "맛이 갔던지 제정신이 아니다(12일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에게)", "뻘짓거리 하다 죽었다(6일 서해공무원 피격사건에 대해)"라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면책특권에 기대 국민이나 동료 의원 등에 모욕을 일삼는 것은 국회 품격을 훼손하고 자질과 윤리의식을 의심케 하는 구태정치의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막말을 둘러싼 여야의 제소 공방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실 보좌진은 "국정감사 안이든 밖이든 소모적인 말싸움만 계속되니 국정감사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며 "막말로 인한 파행, 지연이 길어질수록 정책감사를 할 시간이 줄어들게 되니 질의를 준비하는 의원이나 보좌진 모두에게 손해다"라고 밝혔다.
한 국감 피감(被監)기관 관계자는 "국감 중 막말, 그로 인한 싸움으로 감사가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피감기관 관계자들도 지친다. 조금이나마 배려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밝혔다.
시기적인 요인이 막말 국감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탄핵 이후 정부 출범 시기가 5월로 늦춰지면서 집권 5개월 만에 첫 국감을 치르는 기(奇)현상이 생겼다"며 "게다가 정권교체가 되면 현 정부를 비판할 거리가 부족하다 보니 여야 간 공수(攻守)가 뒤바뀌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국감은 야당이 주도권을 쥐어야 하는 시간이다 보니 현 정권 견제를 포기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며 "그런 점에서 1년차 국감에서는 정책보다 여야 간 정쟁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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