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미국의 대(對) 중국 수출 규제가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매출의 5% 정도가 영향을 받을 것이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 영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미국은 최근 자국에서 생산되는 첨단 반도체용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유럽과 일본 정부에도 이 규제에 동참해야 한다며 압박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선 ASML도 미국의 수출 규제 타겟이 됐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베닝크 CEO는 "한국, 일본, 대만, 유럽 등에서 생산이 이뤄진 제품이 통합된 장비는 (중국에) 출하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없다"면서도 "다만 미국산 제품이 적용된 장비는 출하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매출의 5% 정도"라며 "규제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닝크 CEO는 반도체 시장이 혹한기를 맞았지만 ASML 장비는 아직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SML은 웨이퍼(반도체 원판)에 회로를 새기는 노광장비를 주로 만드는 기업으로, 세계 반도체 장비 분야 시가총액 1위다. 특히 10나노미터(nm, 1nm는 10억분의 1m) 미세공정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 독점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 TSMC, 인텔 등도 장비 수급을 위해 ASML에 줄을 설 정도다.
베닝크 CEO는 "내년 경기 침체를 겪을 전망이지만 EUV 장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장비 리드타임(제품 주문에서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이 침체기보다 더 길 것으로 예상돼 주문량이 줄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세대 반도체 장비인 하이-NA EUV 노광장비의 경우 2024년 첫 출하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TSMC 등은 하이-NA 장비를 발주한 바 있다.
베닝크 CEO는 "하이-NA 가격은 3억~3억5천만 유로(약 4천100억~4천700억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오는 16일 경기 화성시에서 열리는 '뉴 캠퍼스' 기공식에 앞서 열렸다.
'뉴 캠퍼스'라는 이름의 재(再)제조, 트레이닝 시설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심자외선(DUV), EUV 노광장비 관련 부품의 재제조가 이뤄지고, 첨단기술 전수를 위한 교육이 이뤄진다. ASML은 이 시설에 지난해부터 2025년까지 5년간 2천4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시설 규모는 1만6천㎡에 달한다.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규모가 2천억원대로 EUV 장비 한 대 가격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베닝크 CEO는 이번투자가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베닝크 CEO는 "화성 캠퍼스가 투자 시작점으로 앞으로 투자 규모를 늘려가겠다"며 "재제조센터를 통해 향후 5~10년간 기술을 이전하고 동시에 연구·개발(R&D)도 점차 늘린다면 (한국에서) 제조 기반을 확장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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