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정보기술(IT) 부서들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증시 폭등으로 시스템 증설 요구가 쏟아지는 데다 차세대 시스템 구축 작업까지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여름 증권사 IT 부서들을 바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사상 유례 없는 강세를 보이고 있는 증시와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이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주가 덕분에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시스템 장애가 끊이지 않는 것. 이에 따라 증권선물거래소는 물론이고 일반 증권사들의 시스템까지 증설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오는 2009년 1월부터 발효되는 자통법도 증권사 IT부서들을 분주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2~3년간 지지부진하던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들어 한 곳당 수백억원의 IT 예산을 책정하고 시스템 구축 및 증설에 매진하고 있다.
◆자통법 수용위해 한 곳 당 수백억 규모로 IT 투자
자통법은 대형 증권사들 뿐 아니라 중견, 외국계 증권사까지 차세대시스템 구축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도록 만들었다. 이 법이 발효될 경우엔 증권사 고유의 업무 뿐 아니라 다양한 변화가 뒤따르면서 업무 형태를 바꿔놓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IT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은 필수로 꼽힌다.
증권업계에서는 자통법 발효에 대비해 IT 시스템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응시켜나가느냐에 따라 향후 증권시장은 물론 금융시장 전반의 판도 변화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차세대시스템 구축 ISP 컨설팅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 투이컨설팅 이호재 이사는 "과거 증권사들은 빠른 주문속도, 원활한 HTS 운영 등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자통법이 본격 발효되면 이외에도 예측조차 하기 힘든 업무 변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통법이 발효되면 빠른 시간 내에 새로운 투자 상품을 개발해 해당 상품을 판매 및 관리하고 나아가 고객의 계좌까지 관리하는 등 증권사들의 업무 영역이 크게 넓어지게 된다. 따라서 IT 시스템이 제대로 뒷받침해주지 않을 경우엔 생존 경쟁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라는 게 이호재 이사의 주장이다.
이처럼 상황이 급박하게 바뀌면서 2년여 전부터 물밑작업이 이뤄지던 증권사들의 차세대시스템 구축작업이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굿모닝신한증권 ▲삼성증권 ▲우리증권 ▲대신증권 ▲대우증권 ▲한화증권 ▲현대증권 등이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보화전략기획(ISP) 컨설팅을 받거나 본격 구축 프로젝트에 착수한 단계다.
이 밖에 SK증권을 비롯해 ▲교보증권 ▲메리츠증권 ▲이트레이드증권 ▲키움증권 ▲NH증권 등도 ISP 컨설팅과 구축 개발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굿모닝신한 ▲삼성 ▲우리 같은 대형 증권사들은 한 곳당 최소 400억원, 중견 및 외국계 증권사도 200억원 가량을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S는 자통법 관련 증권사들의 투자 규모가 5년간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주가 급등에 주먹구구식 시스템 증설 우려
증권사 IT 부서들을 분주하게 만드는 것은 자통법 뿐만이 아니다. 객장의 전광판을 온통 붉게 물들이며 종합주가지수 2000 포인트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증시 역시 이들의 일손을 바쁘게 만들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가 올 상반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승 추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7일까지 연초 대비 20.82% 상승했고 코스닥지수도 25.55% 상승하는 '초 강세'를 이어왔다. 코스피지수는 올들어 사상 최고치를 마흔번 이상 경신하기도 했다.
이같은 주가 상승에 주식을 사고 팔려는 투자자들도 대거 몰려 증권사들은 난데없는 시스템 부하에 진땀을 빼야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에만 이트레이드증권과 굿모닝신한증권등이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장애 등으로 투자자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는 등 시스템 부하 해결 미숙으로 인한 곤란을 겪었다.
증권사들은 지난 1990년대 후반 옛 증권전산(현 코스콤)에서 시스템을 원장 이관한 이후로 벤처 붐을 타고 급격히 시스템을 늘렸다. 하지만 2002년 이후 벤처 거품 붕괴가 도미노 현상처럼 일어나자 증권사들의 시스템은 말 그대로 펑펑 노는 값비싼 장난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올해 이같은 급격한 증시 회복이 있기 전까지 신규 확장보다는 기존 시스템 활용률을 높이고 운영 비용을 줄이는데 주력했던 증권사들은 주가 폭등으로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집중되는 시스템 부하를 해결하는데 역부족이었던 것.
이에 따라 급한대로 기존 시스템에 서버를 증설하고 클러스터링으로 컴퓨팅 연산파워를 높이는 형태의 급조된 시스템 증설이 이뤄지고 있다.
서버 업체들은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클러스터 시스템이나 고가용성시스템(HPC)을 제안하고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임기응변으로는 비용만 낭비할 뿐 근본적인 시스템 해결책은 아니라고 꼬집는다.
한 증권업계 IT 전문가는 "눈앞의 시스템 부하 해결과 함께 5년, 10년후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 기반의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정작 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증권사 IT 부서는 고강도의 인력 감축과 현업 지원 미비로 현재 역량이 부족한 상태"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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