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장관회의가 18일 만장일치로 채택한 서울선언문은 회원국들이 융합정책을 수립할 때 ▲공정 경쟁 ▲ 기술중립성 ▲망 중립성 보장에 힘써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주목된다.
다양한 융합서비스 제공자들이 공정하게 규제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경쟁의 룰을 만들고, 기술 자체 보다는 소비자가 인식하는 서비스의 특성에 따라 규제내용을 달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서울선언문은 융합정책에 대해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뿐 아니라 사업자들의 인수합병의 동인도 된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하고, 규제당국은 인터넷 애플리케이션과 단말기, 콘텐츠에 있어 소비자들의 접근 및 사용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선언문은 대부분의 인터넷관련 국제회의에서 인프라 확산만 중점적으로 논의됐던 데서 나아가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 관점에서 인터넷의 창의성과 이에 따른 혁신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대한민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일본 등 30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18일 'OECD서울선언문'은 세계 경제를 이끄는 인터넷의 힘은 융합에서 나오고 융합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향후 전세계 인터넷 정책 전반에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서울선언문 채택으로 융합의 정책방향을 수립함에 있어 각국 정부는 인터넷의 창의성을 증진시켜야 하고, 정부는 망중립성이나 기술중립성 같은 서비스 분야 공정경쟁을 전제해야 한다.
OECD의 정책 권고는 회원국의 정책수립이나 기업 활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지난 '80년 발표됐던 '프라이버시 보호 및 국가간 개인정보 흐름을 관장하는 지침과 관련된 OECD 이사회 권고안'이나 '99년 캐나다 오타와에서 발표됐던 '전자상거래에서의 소비자 보호를 위한 지침 관련 이사회 권고안' 등이 다수 국가에서 널리 통용되면서 인터넷 세상의 규율법칙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2006년 망중립성의 4원칙을 언급한 바 있지만, OECD 차원에서 망중립성이 언급된 것은 '서울 선언문'이 처음이다. 세계 인터넷 경제에서 공공 정책원리로서 최초로 제시된 것이다.
FCC의 경우 망중립성의 원칙으로 ▲이용자는 원하는 합법적인 인터넷콘텐츠를 선택해 접근할 수 있고 ▲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원하는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더불어 ▲망에 피해를 입히지 않는 한 합법적인 기기를 인터넷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고 ▲망제공사업자들,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 사업자들, 콘텐츠제공기업간에 경쟁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특히 기술중립성이나 망 중립성은 옛 정보통신부가 국회에서의 IPTV 도입 논의나 한미FTA 협상 등에서 망제공자의 투자유인 감소를 이유로 소극적이었던 분야여서 '서울선언문' 채택을 계기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방통위는 서울선언문 채택과 관련 "여러 개의 서비스를 하나의 사업자가 제공하면 편리함을 주지만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약할 수 있다"며 "인터넷상에서 제공되는 응용프로그램이나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 선택폭을 인터넷망을 보유한 사업자(통신사)가 지나치게 제약하면 시장 매카니즘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인터넷기술전문가포럼 의장 자격으로 방한한 빈트 서프 구글 부회장은 "개방적인 접속가능한 인터넷이 사회의 전 분야에, 모든 세상의 사람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데 우리모두 공감했다"며 "이같은 내용이 들어간 '서울선언문'은 미래 인터넷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비언 레딩 EC 집행위원은 "망중립성 범위는 규제당국이 답을 내려야 하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촌의 문제이며, 정책 입안자로서 유력 주자들이 인터넷을 독점해 네트워크 혁신 추세를 약화시키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강호성 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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