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개서비스에 돌입한 후 순탄한 행보를 보이던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이 현지 시장에서 초반 '복병'을 만나게 됐다.
중국 정부 당국과 갈등으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가 극적으로 서비스 허가를 얻어내며 '맞대결'이 불가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아이온'은 지난 8일부터 중국 현지에서 공개서비스에 돌입, 초반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신작 중의 신작이다. 반면 현재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중국 서비스는 지난 2007년 9월에 업데이트 된 첫 번째 확장팩 '불타는 성전' 버전이다.
중국을 제외한 주요 시장에서 5개월 전 업데이트 된 최신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의 현지 업데이트가 지연되며 중국 내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인기도 이전만 못한 상황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아이온'과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최신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는 한국 시장에서 맞대결을 펼쳤고 현재까진 '아이온'의 비교우위가 뚜렷한 상황.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올드버전이 서비스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선 '아이온'이 좀 더 쉽게 초반 안착에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관련업계의 대체적인 예측이었다.
그러나 블리자드와 팽팽한 대치국면을 유지하던 중국 신문출판총국이 '돌연' 서비스 허가를 내줌으로 인해 제대로 된 '격돌'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샨다가 공개서비스 돌입 후 불과 8일만에 상용화 시작을 결정한 것도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업데이트 이전에 속도전을 펼쳐 상용화 기반을 일찌감치 닦아두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한국에서 이뤄진 '1라운드'에서 '아이온'이 승리를 거뒀지만 중국 시장에서도 승리가 이어질 것으로 마냥 낙관하긴 이르다. '아이온'이 한국 1위 게임으로 등극했지만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지난 2004년 이후 유지해 온 점유율 자체는 훼손되지 않았다. 세계 1위 게임다운 저력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온'과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중국 현지에서 비슷한 타깃층을 대상으로 한 게임으로 꼽힌다. 아직도 2D기반의 MMORPG 다수가 인기를 얻고 있는 현지 시장에서 두 게임은 북경, 상해 등 IT 인프라가 발달한 대도시의 고소득층 이용자, 대학생 이용자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현지 관련업계의 한 종사자는 "'아이온'이 중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김치게임' 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김치게임'은 중국 이용자들이 한국 게임을 일컬어 표현하는 용어다. 서구적 세계관을 담고 있어도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 북미 게임과 다른 특성이 있고 같은 아시아 문화권인 중국 토종 게임과도 다른 느낌을 준다는 의미다.
한 때 중국 시장을 석권했던 한국 게임에 대한 높은 평가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이른바 선진시장으로 불리는 북미-일본의 게임에 비해 다소 뒤쳐진다는 의미를 내포하기도 한다.
이 종사자는 "'아이온'이 승승장구 하고 있고 이는 분명 대단한 성과"라면서도 "한 달 이내에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확장팩이 업데이트 되면 일정 수의 이용자는 다시 '아이온'에서 '월드오브워크래프트'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 측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의 맞대결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는 입장이다.
엔씨소프트 이재성 상무는 "한국 시장에서도 '아이온'과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확장팩이 동시 출시되면서 MMORPG 붐을 다시 일으켜 시장을 확대시킨 전례가 있다"며 "최근 뚜렷한 신작이 나오지 않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도 두 게임이 상쟁이 아닌 상생을 하며 시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적어도 아시아 시장에선 '맞수'로 자리잡은 두 게임의 격돌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서정근기자 antila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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