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P2P 방식의 그리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출현하면서, 합법이냐 불법이냐와 함께 무임승차 논란도 일고 있다.
이노그리드, 피어링포탈, 클루넷 등 벤처기업들이 통신사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입주해 있는 웹하드 제공업체 등에 관련 소프트웨어를 팔거나, 통신사로부터 전용회선을 빌려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직접 P2P방식의 그리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
이 서비스는 고객 개인의 PC에 그리드 모듈이 심어져 PC 자원을 활용해 전송하기 때문에, 트래픽 소통량을 분산시킬 수 있다. 반면 IDC 트래픽은 30~40%, 최대 70% 이상 줄어 통신회사의 IDC 회선 매출을 크게 떨어뜨린다.
따라서 통신 업계가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그러나, 현재 제공되는 P2P 그리드 서비스 자체는 합법적인 서비스다.
동시에 P2P로 발생하는 과다 트래픽을 모두 통신사업자의 설비투자로 감당해야 하는 가는 논란이다. 이 문제는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 소위 스마트시대의 기반이 될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을 통신사 혼자 떠안아야 하는 가 하는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소위 '망중립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KISDI를 통해 망중립성포럼을 운영하는 것과 별개로, 네트워크정책국·융합정책실 등을 중심으로 스마트 시대의 인프라 구축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P2P그리드, 불법은 아니다
방통위 지능망통신팀 관계자는 "매출액 1억이 넘는 기업들은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해 서비스하고 있어 전기통신사업자가 아닌 데 전기통신사업법상 타인매개(트래픽중계)를 한다고 볼 수 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사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P2P그리드 기업들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의 PC자원을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와 통신사간 약관위반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어떻게 고객 동의를 받고, 고객 동의이후 개인 PC 자원을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만큼, 약관 위반을 이유로 P2P 그리드를 불법으로 규정한다면 개인들의 PC 원격 접속같은 것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P2P 망부하는 어떻게?...해외는 과다 트래픽 제어하기도
P2P가 '개인용'을 넘어 또다른 IDC가 되고 있지만, 서비스 자체를 불허할 법적 근거는 부족하다.
그러나, P2P가 현재의 초고속인터넷망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초고속인터넷 20회선을 계약해 P2P 파일전송 서비스를 하는 ㅁ사의 경우 가입자 구간에서 최대 99.5%의 트래픽을 점유해 다른 사용자들의 초고속 인터넷 품질을 저하시키고 있었다.
P2P를 주로 사용하는 헤비 유저(P2P 사용량 74%)의 경우 전체 트래픽의 56%를 차지하고 있었다.
"상위 5% 헤비 유저(Heavy User)가 전체 트래픽 50%를 차지한다"는 게 실증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따라서 유선인터넷상에서 현재의 정액제 구조만으로는 일반 이용자들이 헤비 유저의 요금을 보조하고 있는 형태라는 '역차별'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해외 규제기관들은 망운용정책 공개를 전제로 일부나마 '과다 트래픽 방지를 위한 네트워크 제어'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08년 8월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먼저 망운용정책을 공개하고 트래픽을 제어하는 것을 허용했다. FCC는 컴캐스트(Comcast)의 P2P 트래픽 차단을 심결하면서, 통신사업자가 이용자에게 네트워크 운용 계획을 공지해 투명성을 확보하는 조건이라면 트래픽 제어는 합법적이라고 밝혔다.
일본 총무성 역시 2007년 9월 다수 이용자 보호를 위한 헤비유저의 대역제어를 일부 허용한 바 있다.
특히 일본은 2008년 5월 사업자단체를 통해 '헤비 유저의 네트워크 대역 제한 적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 이에 근거해 대부분의 사업자는 1일 업로드 트래픽 총량 한도를 정하고 초과시 제어하고 있다.
이밖에도 해외 사업자들은 트래픽총량제를 통해 P2P에 따른 망부하 문제의 해결점을 찾고 있다.
미국 컴캐스트는 월 단위의 총량제(이용약관에 이용자의 월 이용 한도를 250GB로 제한)와 더불어 혼잡시 트래픽 제어(가입자의 트래픽이 70% 기준을 초과하는 시점에 속도 지연)를 시행중이고, 총량요금제와 무제한 요금제 동시에 서비스 하는 BT도 헤비유저로 분류된 이용자들에게는 피크 타임(일반적으로 오후 5시 ~ 12시)에는 트래픽 속도를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고심중...무선에선 일부 도입
우리나라에서 초고속인터넷 정액제는 국내 인터넷 산업을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돼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스마트폰·태블릿PC·스마트TV로 대표되는 스마트 서비스들이 확산되면서, 폭증하는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할 차세대 망투자 문제가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 통신사업자들 역시 유선보다 비싼 무선망의 경우 똑같이 '무제한 정액제'를 도입하면서 일부 과다 트래픽에 대한 접근제어 정책을 발표했다.
SK텔레콤 등 이통3사는 월5만5천원을 내면 무제한으로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한 대신, 약관에 단, '망부하시' 1일 기준 사용량 초과 고객에 한해 일시적인 QoS 제어- 1일 기준 사용량 : 70MB/100MB/150MB/200MB- 제한되는 서비스 : 동영상/음악 등 일부 대용량 서비스- QoS제어시에도 계속 이용 가능한 서비스 : 웹서핑, 이메일 , 메신저등을 명기한 것이다.
아직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태블릿PC 사용 등으로 무선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하면 이같은 정책에 대한 체감 온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이석채 KT 회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스마트 시대의 인터넷 요금구조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10월 23일 제주도에서 열린 애널리스트 대상 'KT CEO day'에서 스마트 서비스 시대에는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 공급자들에게도 돈을 받는 구조로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이석채 회장은 "애플의 iTV나 삼성, LG전자의 스마트TV는 결국 통신사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면서 "과거 사용자에게만 요금을 받는 구조에서 공급자에게까지 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초고속인터넷을 정액제에서 종량제로 바꾸거나, 올IP 시대에 P2P나 포털, 스마트TV 등 트래픽 유발 사업자들에게도 망이용대가를 받는 것은 글로벌 차원의 문제여서 당장 정책을 결정하기 어렵다"면서도 "해외 정책 동향과 국내 트래픽 폭증 추이, 국내 통신사의 망 투자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방통위는 무선의 경우 주파수 적기 할당 및 할당 조건 부여를 통해 정부가 직접적으로 네트워크 확충을 유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따라 700MHz 일부 또는 전부를 이동통신용으로 적기 할당하거나, 단일 주파수 방송망(SFN), 사업권역 조정 등을 통해 방송용 주파수를 재정비하고, 유휴 주파수 대역인 '화이트 스페이스'의 와이파이로의 활용도 검토중이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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