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현기자] 게임을 바라보는 입장차만 확인할 수 있는 토론회였다.
이정선 한나라당 의원(여성가족위원회 소속)과 사단법인 민생경제정책연구소 공동 주최로 16일 열린 '인터넷 중독 예방 기금마련을 위한 기업의 역할' 토론회에서 청소년 게임 중독 예방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이 날 발제자로 참석한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게임중독에 필요한 재원을 한정된 정부 예산에 의존할 수는 없다"며 "문화관광체육부와 게임업계가 업계에서 얻는 이익의 10% 이상을 게임 중독 예방을 위해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주장에 대한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정병국)와 청소년보호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는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최영희 위원장의 입장차는 컸다.
토론회에 축사를 하기 위해 참석한 최영희 여성가족위원장은 "게임이 얼마나 많은 중독자를 확보하느냐가 좋은 게임의 기준이 되고 있다"며 "게임이 좋은 상품으로 성장할 수 있기 위해서는 브레이크를 달아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석한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의 이기정 과장은 "게임과몰입 예방과 치료를 위해 기금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감하지만 게임문화재단을 통해 현재 85억원이 모금된 상태다"라며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모금해서 쓸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는 것은 이중부담을 안기는 셈"이라고 반박했다.
양 측은 게임 과몰입의 책임소재 규명에서 시각이 갈렸다. 여성과 가족의 문제를 담당하는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은 1차적 책임을 게임업계로 돌렸고 게임콘텐츠산업과 소속 공무원은 '인성교육은 가정에서 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영희 위원장은 "게임업체가 얼마의 기금을 내고 책임을 다했다고 면피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게임 과몰입의 책임이 게임업계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반면 이기정 과장은 "국가가 부모를 대신해서 아이를 교육시킬 수 있지 않다"며 "부모가 제대로 교육할 수 있도록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것까지가 국가의 책임"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쪽은 미디어, 다른 쪽은 유해매체로 게임을 규정했다.
이기정 게임콘텐츠산업과 과장은 "방송·책과 마찬가지로 게임은 우리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중요한 미디어"라고 전제하고 "'게임의 역기능적인 속성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가치중립적인 방향에서 어떻게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최영희 위원장은 "한국이 온라인게임 부문 세계1위의 국가라면 제1의 기술로 '셧다운제'를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이용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를 4월 국회에서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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