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기자] 지난해 발생한 글로벌 스토리지 시장의 인수·합병에 대한 여파가 올해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HP, EMC, 델 등 지난해 굵직굵직한 인수·합병을 성사시킨 업체들은 M&A가 결코 '몸집 불리기'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가장 큰 규모의 M&A를 기록한 기업은 HP다. HP는 23억5천만 달러를 들여 3PAR를 인수했다.
델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M&A에 성공한 HP는 엔터프라이즈급 스토리지를 자사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수 있었다. HP는 이를 통해 하이엔드, 미드레인지급 스토리지 등 스토리지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HP측은 "3PAR 인수를 통한 포트폴리오 완성을 통해 올해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MC는 HP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딜을 성공시켰다. EMC는 22억5천만 달러에 스케일아웃방식 NAS 업체인 아이실론을 인수했다. EMC의 아이실론 인수 배경에는 급증하는 비정형 데이터 저장 수요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있다.
데이터는 크게 용량 예측이 가능한 정형 데이터와 용량 증가폭 예측이 불가능한 비정형데이터로 나뉜다. 최근 들어 동영상, 이미지 등 용량이 큰 비정형데이터가 급증해 이에 대한 스토리지 업체의 대응이 중요해졌다.
한국EMC 백승권 부장은 이달 초 개최한 'EMC 레코드 브레이킹'행사에서 아이실론 솔루션을 소개하며 "비정형 데이터는 주로 빅 데이터 성격을 띤다"며 "2012년에는 스토리지의 약 80%가 이러한 파일 기반 데이터를 처리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EMC는 기존에 갖고 있던 스케일업 방식의 NAS와 아이실론 인수로 획득한 스케일아웃 스토리지를 통해 방송업계, 금융, 연구 분야 등 고성능 컴퓨팅 환경과 클라우드·가상화 인프라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델은 지난 몇 년간 이퀄로직, 엑사넷, 오카리나 등 다양한 기업을 인수해 스토리지 포트폴리오 완성에 전력을 기울였다. 지난해에는 약 9억6천만 달러를 들여 '컴펠런트'를 인수, 통합 스토리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준비도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컴펠런트는 계층화와 씬프로비저닝(스토리지가 자동으로 필요한 용량을 예측하는 기술)에 강점을 가진 가상화 스토리지를 바탕으로 2009년 1억2천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던 기업이다.
브라이언 벨 델컴펠런트 부사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엑사넷과 오카리나, 컴펠런트의 중요 기술을 정리하여 통합 솔루션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IT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인수 열기가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스토리지 시장에서의 인수 열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주요 외신들은 이미 썬을 인수하며 스토리지 시장 정비에 나선 오라클과 시스코, HP, IBM 등이 넷앱 인수를 추진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병주기자 kbj0215@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