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현기자] A게임은 공개 서비스를 앞두고 있는 게임이다. 알파 테스트와 비공개 테스트를 거쳐 온라인 쇼케이스까지 끝낸 상태이다. A게임을 서비스하는 B사는 곧 사전 공개 테스트를 시작한 뒤 연이어 공개 테스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공개 테스트가 시작된지 일주일 후엔 대규모 업데이트도 적용한다.
위의 과정은 신작 게임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흔히 밟는 과정이다. 이렇게 많은 테스트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온라인게임의 경우 다수의 이용자들이 접속하는 과정에서 서버 부하를 점검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테스트'라는 용어 그대로 시행착오가 용인되는 기간인 셈이다.
지난 27일 첫 비공개 테스트(CBT)를 시작한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소울'도 수차례 서버가 갑작스럽게 종료되거나 접속 시 장애가 발생하는 등의 과정을 겪고 있다. 그러나 테스트 기간 중엔 이용자들도 서비스 중단 등의 사태에 비교적 너그러울 수밖에 없다. 신작게임을 미리 접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자사 제품의 품질을 점검한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에 테스트에 참가하는 이용자들에게 대가를 지불하기도 하지만 국내에선 드문 사례다. 오히려 국내 업체들에선 테스트를 사전 마케팅의 방식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덕분에 테스트를 지칭하는 용어도 뒤죽박죽 섞이는 상황이다.
보통 게임을 론칭하기까지 진행하는 테스트의 종류는 크게 네 가지다. 사내에서 외부로 공개하지 않는 단계의 테스트를 처음으로 게임을 구동시킨다는 의미에서 알파 테스트란 이름을 붙인다.
이후 몇십명 단위의 소규모 그룹으로 진행되는 테스트를 포커스 그룹 테스트(FGT)라고 지칭한다. 이 단계에선 주로 특정게임 장르에 대해 능숙하고 전문QA팀과 맞먹을 정도로 게임지식이 높은 이용자들이 알음알음으로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후엔 백명, 천명 단위로 참가자수를 늘린 비공개 테스트(CBT)를 진행하게 되고, 이용자들에게 돈을 받아 수익을 내기 전까지 게임을 서비스하는 기간을 공개 테스트(OBT)라고 부른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관행이나 용어를 따르지 않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인원제한을 두지 않고 비공개 테스트(CBT)를 진행하는 경우를 '오픈 테스트'라고 하기도 하고 게이머들에게 처음으로 게임을 공개하는 테스트를 '알파 테스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더 이상 테스트 용어만으로 게임의 진척상황을 단정짓기 어렵게 됐다.
또한 게임업체들이 테스트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면서 점차 테스트가 사전점검보다는 상용화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이벤트적인 성격으로 변해가고 있다.
◆게임 테스트를 통해 얻는 득과 실은?
현재 동시접속자수 3만명 수준을 유지하며 상용화에 성공한 라이브플렉스의 '드라고나 온라인'은 지난 1월로 예정했던 공개 테스트를 서버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해 20여일 정도 뒤로 미루는 부침을 겪었다.
라이브플렉스 관계자는 "당초 내부적으로 동시접속자수 6~7만명 이상을 목표로 했으나 서버 문제가 발생하면서 목표치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비공개 테스트 ·공개 테스트 단계의 일정은 언론 등을 통해 이미 외부에 공개된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오류가 발생하거나 경미한 정도로 그쳐야 마케팅상의 타격도 줄일 수 있다.
마케팅비 예산이 부족한 중소 게임의 경우 테스트는 별도의 경품이나 이슈가 필요없는 홍보의 기회이기 때문에 테스트를 본래의 목적보다는 언론 노출의 기회로 삼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테스트 일정이 사전에 미리 촘촘히 짜여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테스트는 이미 개발된 게임 콘텐츠를 어느 선까지 공개할 것인지를 구분짓는 역할도 한다"며 "이용자들의 콘텐츠 소비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대부분 게임사들이 게임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정도의 내용만 테스트 단계에서 공개하고, 추가적인 콘텐츠는 공개 서비스나 상용화 단계에서 이슈를 만들기 위해 남겨두는 편"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장의 관심을 받는 대작 게임들의 경우엔 테스트 기간을 넉넉히 확보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엑스엘게임즈에서 개발 중인 '아키에이지'는 지난해 7월 1차 비공개 테스트를 시작으로 다음달 24일에 3차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거의 상용화 수준의 콘텐츠를 만들어서 시장에 공개하는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지난 1차, 2차 테스트에서 마을 건설, 해상전 등의 일부분만을 공개하고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았다. 테스트로서의 테스트였던 셈이다.
엑스엘게임즈 관계자는 "엑스엘게임즈의 경우 송재경이라는 스타 개발자가 있는 등 다른 신생 개발사와 비교하면 마케팅적인 여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시도"라며 "'아키에이지'의 경우 기존 MMORPG와는 다른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 트렌드를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개발사가 이용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전했다.
오랜 기간 많은 인력이 투입된 대작게임이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블레이드&소울'의 첫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 중인 엔씨소프트의 관계자는 "이번 테스트는 공개 테스트를 위한 테스트 차원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가능한 모든 채널을 통해 본격적인 피드백을 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소울'의 비공개 테스트 규모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선 2008년 공개된 '아이온'의 1천600명을 훨씬 뛰어넘는 5천명~1만명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엔씨소프트는 테스터로 당첨되지 못한 이용자들에겐 '예비당첨자' 방식을 통해 서버 상황에 따라 테스트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현재 30~40차까지 차수가 배정된 것으로 알고 있고 가능한 모든 이용자들에게 체험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라며 "정확한 테스트 규모는 테스트 종료 후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엑스엘게임즈도 각각 500명·1천명 단위로 진행했던 지난 비공개 테스트와는 달리 이번 3차 비공개 테스트에선 5천명을 모집한다. 두 게임 모두 연내 공개 서비스를 목표로 하는 만큼 이용자 피드백도 중요하지만 더 이상 마케팅 측면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각 회사가 처한 생태적인 입장에서 내리는 사업적 판단이 게임 테스트의 성격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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