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권기자] P2P 파일 공유 서비스 업체인 비트토런트(BitTorrent)가 합법적인 영화 배포 사업자로 변신을 가속화 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비트토런트는 그동안 불법 영화파일 유통의 온상지로 비난을 받아왔다. 어둠의 경로로 영화를 손에 넣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이 서비스를 이용해봤을 것이다.
비트토런트의 이런 시도가 성공할 경우 P2P 서비스 모델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비트토런트의 합법화 노력은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비트트런트는 비트토런트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 사업부를 신설해 워너브라더스, 파라마운트픽처스, 20세기폭스, MGM, 라이온게이트 등 주요 헐리우드 영화사의 영화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비트토런트는 이들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영화와 TV방송을 다운로드해 시청할 수 있는 합법적인 웹사이트를 출범시켰다. 비트토런트의 합법화 전환은 저렴한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등장으로 불법적인 P2P 서비스의 설자리가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비트토런트, 무료 영화와 후원금 모델 시험
최근 비트토런트는 한 단계 더 진화된 서비스 모델을 시험하고 있다. 대형 영화사인 파라마운트픽처스와 새 공포영화인 터널(The Tunnel)을 비트토런트에 무료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비트토런트에서 영화를 무료 공개하는 시도는 지난해부터 美독립영화사인 보도(VODO)와 함께 시작했다. 보도는 영화(파이오니아원, 파이오니아투)를 토런트나 다른 P2P 서비스에 무료로 공개하고 수익을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에서 충당했다.
보도는 올해 제니스(Zenith)라는 세번째 영화를 배포해서 수익을 내고 있다. 제니스는 이미 1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며, 이 인기를 바탕으로 후속작을 이달에 낼 계획이다. 보도와 비트토런트의 시도는 배급이 어려운 독립영화사에 P2P 서비스를 유통망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파라마운트는 이런 보도의 성공사례를 참고해 무료로 영화를 공개하고 특별판으로 제작된 DVD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파라마운트는 터널 DVD에 또 다른 결말과 두 시간 분량의 독점 영상, 제작 뒷 이야기 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파라마운트와 비트토런트의 협력모델 핵심은 양사의 수익 창출 시스템인 '135K 프로젝트'에 있다. 135K는 90분 영화를 이루고 있는 13만5천개의 프레임을 의미한다. 영화 터널을 본 후 이용자는 영화를 구성하고 있는 전체 13만5천개 프레임을 기념품 형식으로 구입할 수 있다. 프레임당 가격은 1달러다. 양사는 후원금 프로그램으로 영화 프레임을 판매하는 셈이다.
◆소설가들도 P2P 유통망 이용
비트토런트는 영화 외에도 음반사, 작가, 방송사 등과도 콘텐츠 배포 제휴를 맺고 콘텐츠 유통망으로 변신을 과감히 시도하고 있다.
최근 비트토런트는 캡티드(Captive)라는 소설을 배포하는 아티스트 중심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 책은 메간 리사 존스가 출간한 책으로 공식적으로 40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방송사로는 CBS, NRK, VPRO 등이 비트토런트 서비스를 이용해 콘텐츠를 배포하고 있다. 음반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서브팝(Sub Pop), 밴드 윈(Ween), 밸브소프트웨어, 팟캐스팅소프트웨어 등에서 비트토런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S3)와 오페라 웹브라우저, 블리자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도 대표적인 비트토런트 기술 이용 고객이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기기 등으로 이루어진 비트토런트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어 비트토런트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P2P 기술의 장점을 활용한 비트토런트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 전략은 서비스 차별화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비트토런트는 100KB 이하 작은 씨앗파일(Seed file)을 통해 파일을 공유하며, 이용자는 이 씨앗파일을 추적해 전세계 이용자로부터 해당 자료를 긁어 모아 다운로드한다. 이 때문에 열악한 네트워크에서도 원하는 파일을 손쉽게 다운로드할 수 있다.
비트토런트는 기술 장점 외에 막강한 이용자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월 이용자수가 1억명을 돌파했으며, 하루에 40만건 이상 다운로드되고 220개국에서 2천만명 이상 이용하고 있다. 언어도 현재 52개를 지원하고 있다.
안희권기자 arg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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